"모든 샷, 모든 공 움직임 상상…쇼트 게임 흔들리지 않는 비결"[만났습니다]①
LPGA 투어 12년 차에 2주 연속 우승
겁 없던 10대 지나 20대 역경의 시간
30대 되고선 실수해도 도망가지 않아
완성 향해 더 탄탄해지는 과정
은퇴할 때까지 철저히 체력 관리
우승하고 박수받으며 떠나고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2년 차에 접어든 김효주는 올해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달에는 포티넷 파운더스컵, 포드 챔피언십 등 두 대회를 2주 연속 제패하면서 LPGA 통산 승수를 9승으로 늘렸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LPGA 투어 아람코 챔피언십 대회가 끝난 뒤 김효주를 만나 30대 나이에 다시 전성기를 연 비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라스베이거스(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김효주의 골프는 이제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30대 나이에 제 2의 전성기를 열어제낀 김효주. 그는 어떻게 강해졌을까.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섀도크리크 골프클럽에서 만난 김효주는 “20대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골프가 훨씬 성숙해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효주는 10대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2013년 만 18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미국 진출 이전인 2014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4승, LPGA 투어 9승이라는 성적표는 그의 화려한 골프인생을 대변한다.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20대 후반엔 긴 슬럼프를 겪었다. 시련을 이겨내고 박세리, 박인비, 신지애에 이어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김효주를 미국에서 만나 그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효주와의 일문일답.
-LPGA 투어 데뷔 후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처음이다. 정말 기뻤을 것 같다.
△포티넷 파운더스컵 우승 땐 기쁜 것보다 힘들었다는 생각 뿐이었다. 워낙 난도가 있는 코스였기에 경기를 끝내고 났을 때 ‘이 어려운 코스를 드디어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다음 주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땐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주변 반응도 포티넷 파운더스컵 우승 때와는 달랐다. ‘축하한다’는 응원도 많았지만, ‘또 우승했어?’라며 신기해하는 반응이 더 많았다. 프로가 되고 나서 2주 연속 우승은 첫 경험이어서 너무 기뻤다.(웃음)
-평소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던 넬리 코다(세계랭킹 2위)와 두 대회에서 모두 순위 경쟁을 했는데. 그를 의식하진 않았나.
△상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5타 차로 앞서 가다가 동타가 됐던 상황에서도 그랬고,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했다. 특히 (파운더스컵 마지막 4라운드) 15번 홀의 티샷이 어려웠는데, 페어웨이에 보내고 그린에 세우는 것만 신경 썼다. 생각대로 됐고, 파를 하면서 우승의 발판이 됐다. 17번 홀에선 어프로치샷도 기대만큼 잘 됐다. 하나씩 집중한 결과가 우승으로 이어졌다.

△10대 때는 잘 맞지 않아도 결과가 잘 나왔다. 뭘 해도 잘 됐던 시기였다. 겁 없이 플레이했고, 성적도 잘 따라왔다.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다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20대 들어 역경이 많았다. 샷이 안 되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됐다. ‘골프가 정말 힘들구나’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풀어가던 스타일이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긴 터널같은 시기였다.
-30대 들어 달라진 게 뭔가.
△플레이가 성숙해진 것 같다. 이제 실수를 해도 도망가지 않는다. 내가 하려던 플레이의 결과라면 받아들일 줄도 알게 됐다. 지금은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골프를 다시 하고 있다. 20대 역경의 시간이 있었기에 30대 들어 안정적이고 강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점점 탄탄해지는 과정에 있다.
-경기 운영에서 변화한 것은?
△스윙과 플레이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경기 운영도 편해졌다. 비거리가 늘어난 이후로는 같은 코스에서 경기할 때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확연히 달라진 걸 체감한다. 그러면서 클럽 선택과 경기 전략에 여유가 생겼다. 중요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게 됐다.
-포드 챔피언십 우승후 기자회견에서 세계 랭킹 1위를 목표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는데.
△물론 세계랭킹 1위를 하고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격차가 크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꼭 달성하고 싶은 꿈이다. 지금은 우선 이번 시즌 한 번 더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 우승하면 더 좋고.(웃음)
-세계 최정상급 쇼트게임의 비결이 있다면?
△제 쇼트게임 비결은 ‘상상력’이다.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7번 홀은 이런 상상력이 만든 최상의 결과다. 깊은 러프에 박힌 공을 보고 머릿 속으로 다양한 샷을 그렸다. 띄워서 핀 바로 옆에 붙일지, 굴려서 붙일지, 클럽 로프트를 조금 더 열지 여러 방법을 상상했다. 그 중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림을 선택했고, 그대로 샷이 나왔다. 모든 샷마다 상상한다. 단순히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구르고, 어디에 멈출지 머릿 속에 그린 후 가장 뚜렷하게 떠오르는 샷을 시도한다. 이 과정이 쇼트게임에서 안정감과 자신감을 만들어 주고,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앞으로의 계획은?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노력해서 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 오래 뛰고 싶고, 계속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다양한 경험과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나의 골프가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골프선수로서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최근에 (이)미향 언니와 은퇴 얘기를 한 적 있다. 미향 언니는 내가 마흔 살까지는 할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은퇴라는 게 정말 어렵다. 박수 칠 때 멋지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승하고 나서 전격 은퇴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우승하고 나면 떠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분명한 건 힘들 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멋진 마무리는 성적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우승한 뒤 ‘이제 그만하겠다’는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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