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편입에 베이프샵 직격탄…‘유사 니코틴’ 풍선효과 조짐도

남소정 기자 2026. 4.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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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담배’ 정의 확대…베이프샵 줄폐업 위기
SNS 판치는 과장광고…무니코틴 규제 공백 수면 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자담배샵에서 각종 액상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남소정 견습기자

담배사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액상형 전자담배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합성 니코틴이 담긴 액상 전자담배까지 법상 담배로 편입되면서 소매점과 제조업체 모두 제도권 규제를 받게 되자 줄폐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무니코틴·유사 니코틴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4일부터 시행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담배의 정의를 기존 궐련 중심에서 연초·니코틴 기반 제품 전반으로 확대한 데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았던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일반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됐다.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별도의 소매인 지정 없이 매장 운영이 가능했고, 온라인과 SNS를 통한 판매·홍보도 사실상 방치됐다. 이 틈을 타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한 도매업체에 따르면 소매업자 회원 수는 2018년 300여 명에서 지난달 2084명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개정안 시행 이후 소매점들이 담배 소매인 지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편의점 등 기존 판매망이 이미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신규 등록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거리 제한을 2년 간 유예하고 세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 판매망이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소매인 지정 자체가 쉽지 않다”며 “상당수 매장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하고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315A22 담배

실제 폐업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10년째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해온 김 모 씨는 개정안 시행 이후 소매인 등록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담배 소매업 신청 건수는 2024년 1391건에서 지난해 995건으로 크게 줄었다.

제조업자들의 타격도 커질 전망이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같은 제세부담금이 부과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격 상승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규제가 불가피한 정상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규제 공백 속에서 시장이 급격히 확장된 만큼 관리 체계 편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피울수록 건강해진다” 판치는 무니코틴 과장광고

문제는 여전히 규제에서 제외된 무니코틴·유사 니코틴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온라인과 SNS를 통해 개인간 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쉽지 않다.

일부 무니코틴 전자담배 업체들은 ‘피울 수록 건강해진다’는 식의 과장 광고까지 내세우고 있어 청소년들이 별다른 규제 없이 이같은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은 “업자들이 규제를 피해 유사 니코틴 제품으로 이동하는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유사 니코틴으로 시장이 이동할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한 환경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자담배총연합회는 이달 7일 무니코틴 전자담배 업체 R 사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인천 논현경찰서에 고발했다. 연합회는 R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없이 제품을 판매하면서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SNS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광고물을 올리며 ‘피울수록 건강해집니다’ ‘유해물질 0%’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를 오인시켰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 같은 광고가 약사법 제61조 2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부회장은 “과태료 수준이 낮다 보니 업체가 판매를 계속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온라인 유통 구조를 문제로 지적한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규제 강화로 오프라인 관리가 이뤄지는 반면, 무니코틴 제품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온라인 판매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측은 “R사 사태는 시작일 뿐 유사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니코틴이라 하더라도 유해성이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무니코틴 제품이 맞는지, 유사 니코틴을 넣고 허위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R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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