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처벌 풀 기회…"소송 초기부터 재산권 침해 등 적극 주장해야"

최오현 2026. 4. 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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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재판소원]②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등 기업에 기회 전망 多
기본권 침해 특성상 재판소원 남발 우려도
"소송 초기부터 헌법적 쟁점 염두해 준비해야"
로펌은 이미 큰 장…헌재 출신 변호사 몸값↑

[이데일리 남궁민관 백주아 최오현 기자] “최근 로펌업계가 앞다퉈 재판소원 관련조직을 신설한다는 것 자체가 (재판소원제도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대번에 알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법률 자체 또는 법률 해석으로 기업들이 법원에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만큼 재판소원을 노리는 기업들의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법원 확정판결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시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제’가 최근 본격 시행됐다. 이를 두고 법조 및 산업계에서는 기업들에 권리구제 기회가 될 수 있단 법조·산업계 분석이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노희범 에이치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미 주요 로펌들에서 재판소원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신설이 이어지고 있단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다만 관련 소송에서 기업 상대편에 선 당사자도 기본권 침해에 따른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지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권리구제 기회라는 긍정적 측면에 반해 기업 경영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단 부정적 측면이 상존하는 만큼, 행여 소송에 직면할 경우 기업들은 초기부터 ‘헌법적 쟁점’에도 초점을 맞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억울한 처벌 풀 기회…"소송 초기부터 재산권 침해 등 적극 주장해야"
권리구제 vs 소송지옥…‘양날의 검’ 잘 쓰려면

12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최근 발간한 ‘재판소원제가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하도급대금지급의무, 부당특약 금지 등 원청 기업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 시정조치 및 과징금 등 행정처분 불복 소송에서 재판소원제를 3심제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행정처분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을 전속관할로 하는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공정위의 심의결정을 사실상 1심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에 불복시 서울고법에서 한 번의 사실심, 상고시 대법원에서 한 번의 법률심만으로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확정되는 식이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상고 이유를 검토 후 법률적으로 더 이상 심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비율도 78.3%(작년 상반기 기준)에 이르다보니 한 번의 사실심으로 확정된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수긍하지 못한 원청 기업들이 재판소원을 통해 권리구제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공정위 소관 법률은 이같은 하도급법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전자상거래법 등 국내 여러 산업 전반에 걸쳐있단 점을 고려하면 비단 건설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 기업들의 재판소원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또 공정위 외 인허가, 영업정지, 인수합병(M&A) 등 국가 주요 기관들의 행정처분과 관련된 행정소송도 재판소원제가 적극 활용될 영역으로 평가된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기본권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기관은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산권 등 기본권이 보장된 기업들에게 유리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파에 대한 우려 또한 적잖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하도급법 등 일부 경제법제 2심제는 대기업 등 원청의 행정처분에 대한 시간 끌기 방지, 하청의 생존권 보호 등을 고려한 입법적 판단”이라며 “재판소원제를 3심제도로 활용할 경우 이들 법제의 집행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이와 관련된 기업 간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도 4심제로 전락, 영세한 하청기업의 소송포기 및 경제적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고 봤다.

인사노무분야의 전문 변호사 A씨는 “노사 관계의 경우 감정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보니 무조건 재판소원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 상대방을 끝까지 괴롭히려는 것이 목적인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소송이 지연될수록 경영상 불안요소가 계속되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헌재 재판연구관 출신이자 부장판사를 지낸 박성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재판소원의 청구기간은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라는 점을 짚으며 “재판 단계에서부터 기본권 침해 관련 주장을 미리 정립해 두지 않으면 30일 안에 충실한 청구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며 항소와 상고 과정에서 각 이유서에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외에 기본권 침해 등 ‘헌법 위반’ 주장을 별도 사유로 적극 추가해야 한다는 실무적 조언을 내놓았다.

재판소원 남용을 방지할 보완조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재판소원제 청구 가능 사유를 ‘헌법재판소 심판 규칙’ 등에서 명확히 하거나 하도급법 등 경제법제에 대한 재판소원 청구를 제한하는 후속 입법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헌법재판소 모습. (사진= 연합뉴스)
팔 걷어붙인 로펌…헌재 출신 변호사 몸값 ↑

재판소원제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고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려는 기업 수요가 늘면서 국내 유수의 로펌들도 이에 발맞춰 재판소원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나선 모양새다. 헌재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일부 로펌에선 높아진 ‘몸값’에 영입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단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은 재판소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인 윤용섭(연수원 10기) 고문을 주축으로 주로 송무그룹 변호사들로 구성하고, 대형 로펌 중 처음으로 헌재에 재판소원을 접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세종은 민일영(10기) 전 대법관과 헌재소장 직속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염동신(20기)변호사 필두로 한 기존 헌법소송팀에서 재판소원을 대응하면서도 전담 대응팀 신설과 헌재 출신 영입을 동시에 고심하고 있다.

대법관과 함께 헌재 출신들이 전면에 나선 로펌이 수 곳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목영준(10기)·강일원(14기) 전 헌재재판관을 전면에 내세운데 이어 ‘동인’은 서기석(11기) 전 헌재재판관, 손용근(7기) 전 헌재 초대 헌법연구관을 비롯한 헌법연구관 출신 서재덕(군법무관 9회)·여운국(23기)·이종림(26기) 변호사 등이 관련 팀에 각각 포진했다.

‘화우’는 이인복(11기)전 대법관과 헌재연구관을 지낸 박상훈(16기)·이준상(23기) 대표변호사를, ‘태평양’은 헌재 선임헌법연구관 출신인 김경목(26기) 변호사와 함께 차한성(7기)·이기택(14기) 전 대법관과 헌재 연구부장 출신 한위수(12기) 변호사가 주축이다.

‘광장’은 헌재에서 13년간 수석부장연구관 헌재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김정원(19기) 변호사를 필두로 헌법재판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바른도 최근 재판소원 전문대응팀을 꾸리고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검사 출신으로 멤버를 구성했다.

이외에도 대륙아주는 김정호(18기) 변호사와 법무부 행정소송과장 출신 송창현(33기) 변호사 중심으로 헌법소송팀을, 대륜도 검사 출신으로 헌재에 파견됐던 조상수(18기)·이태승(26기) 변호사를 앞세운 재판소원 대응 TF를 출범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청구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오현 (ohy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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