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담장만큼 높은 '마음의 벽'…광주구치소 신축 수년째 '공전'

김종훈 기자 남해인 기자 정윤미 기자 문혜원 기자 송송이 기자 2026. 4. 13. 05: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담장 안 124%] ③구치소 예정 부지 가보니…아파트·학교 인접
지역 주민들 "무작정 반대 아냐, 충분한 설명과 정보제공 필요"

[편집자주] 교도소와 구치소를 일컫는 '교정시설', 이곳의 수용률은 124%를 넘어섰다. 나날이 심해지는 교정시설 과밀 수용으로 효과적인 교정은 어려워지고, 교도관에 대한 인권침해는 늘고 있다. <뉴스1>은 '과밀 수용'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담장 안팎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18일 호남지역 새로운 구치소 부지로 예정된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를 바라본 모습. 2026.3.18/ 뉴스1 김종훈 기자

(광주=뉴스1) 김종훈 남해인 정윤미 문혜원 송송이 기자

"갑자기 구치소를 짓는다고 하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도 걸고, 서명 운동도 하면서 시끄러웠죠."

지난 2022년 법무부는 호남 지역 미결수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에 광주구치소를 신축해 오는 2028년 완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지역 주민들은 구치소 예정 부지가 아파트 단지·학교 밀집 지역과 너무 가깝다며 반발했고, 이후 관련 계획은 공전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신축 자체보다 부지에 대한 사전 안내나 양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향후 당국이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20년 토박이 "느닷없는 발표 놀라"…'결사반대' 현수막까지 걸려

지난달 18일 만난 일곡동 주민들은 다소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구치소 신축 소식을 묻자 '짓는 게 확정됐느냐'고 되물으며 예민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20년 넘게 일곡동에 살았다는 60대 주민 정 모 씨는 "(구치소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잠잠해져서 다들 잊고 있었다"며 "느닷없이 처음 이야기가 나온 때만 해도 '결사반대' 현수막이 길에 내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여기에 사람이 많이 살고, 학교도 많은데 왜 여기냐고 생각해 놀랐다"고 했다. 정 씨 말대로 일곡동에는 구치소 예정부지와 직선거리 기준 약 500m 떨어져 가장 인접한 학교 서일초를 포함해 10여 개의 교육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 온 A 씨는 "여기에 사는 주민들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것까지 본 뒤에야 이사 간다"며 "광주에서 이곳만큼 학교가 많은 곳은 없는데, 학부모들은 아무래도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실제 구치소 예정 부지와 가장 인접한 아파트 사이에는 사거리 하나뿐일 정도로 가까웠다. 다만 구치소가 들어설 것으로 계획되고 있는 곳은 일대가 나무가 많은 산지로, 외부에서 직접 건물이 보일 확률은 낮아 보였다.

광주구치소 신축 부지.(조석호 광주시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박준배 기자

주민 "어딘가는 들어설 시설"…무작정 반대 아닌 충분한 설명 요구도

다만 모든 주민이 절대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신 당국이 구치소 설립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20년 넘게 일곡동에서 살았다는 B 씨(73·여)도 "쓰레기 소각장처럼 직접 피해가 있을 수 있는 시설이라면 고민이 될 것 같다"며 "구치소는 안에 있는 사람이 뛰어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15년 이상 일곡동에서 부동산업을 한 C 씨는 "오랫동안 집을 매매해 왔지만 구치소가 들어올 수 있다는 말 때문에 계약을 주저하는 고객은 없었다"며 "주변에 악취가 날 수 있는 공장은 예민할 수 있지만 구치소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진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곡동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키우는 D 씨(38·여)는 "(구치소가) 어딘가에는 지어야 하고 필요한 시설 아니냐"며 "크게 반대하지는 않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부지를 먼저 발표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A 씨는 "사실상 (구치소를) 어디 지을지 결정하고 주민들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며 "순서가 뒤바뀐 거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법무부, 지속 소통 예정…상생협약한 화성여자교도소 '모범사례'

교정당국도 주민 반발을 인지하고, 원활한 구치소 신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전국 4개 지방교정청(서울·대구·대전·광주) 중 광주에만 미결수용자가 머무는 구치소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일곡동 주민을 대상으로 간담회 개최를 준비했지만, 대체 부지 등 대안 없이는 안 된다는 일부 주민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무부는 광주광역시 등과 구치소 신축 사업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도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 강제 건립에 나서기는 어려워 방안을 고심 중이다. 법무부는 사업 초기 난항을 겪었다가 설득을 이어가 건립에 성공한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2023년 경기 화성시 일대에 화성여자교도소 신축을 추진했지만,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일부 주민들은 법무부로 직접 항의 방문할 정도로 반대 정도가 심했다.

이후 지역 불안감 해소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교정시설을 참관하도록 하고, 안정성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등 상호 신뢰를 구축해 2024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광주구치소 외에도 전국에서 과밀수용을 해결하기 위해 교정시설 신축·증축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부터 2025까지 실시한 '제1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 따라 1650명의 신규 수용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용자가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수용공간 증가(1650명)보다 수용자 증가(7493명)가 4배나 많았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부지 선정과 주민 설득을 통해 신속한 과밀 수용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화성여자교도소, 2030년까지 경기북부구치소·남원교도소가 신축된다. 또 제주교도소·여주교도소를 포함해 9곳에 대해서는 증축이 예정됐다.

지난 2021년 1월 13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화성여자교도소 신축 예정 부지를 둘러보고 사업개요를 보고받고 있다.(법무부 제공) 2021.1.13 ⓒ 뉴스1 김명섭 기자

인구소멸 지역은 교정시설 '유치전'…찬밥 신세도 '옛말'

광주에서는 일부 주민 반대로 구치소 신축이 오랜 기간 공전하고 있지만, 모든 지역이 교정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대부분의 주민이 치안과 지역 이미지를 우려해 기피시설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인구소멸을 직면한 지방에서 교도소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성지로 통했던 강원 태백시는 1980년대 1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했지만, 산업 쇠퇴로 꾸준히 인구가 감소하다 지난해 말 3만 6989명(행정안전부 행정동별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을 기록하며 '4만 선'도 깨졌다.

태백시는 교도소 신축 통해 지역으로 전입오게 되는 교정공무원과 그 가족으로 인한 인구 유입효과를 기대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유치에 성공해 오는 2028년 준공 예정이다.

이 밖에 경북북부 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 교정시설이 4개나 들어서 있는 경북 청송군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자교도소 추가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대를 '님비(NIMBY)'라고 비판하기보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보고, 충분한 설득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구치소·교도소 등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위험한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원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교도소가 설립된다고 하면 흔히 갖는 불안감이 재소자들의 탈출 가능성인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은 우려"라며 "오히려 지역 치안이 강화되고 교도소 직원 등 인원이 유입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점을 당국이 잘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rchive@news1.kr

<용어설명>

■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것만큼은 반대한다"하는 현상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