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창업가의 쓴소리 “한국은 왜 로컬 안주하는가..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2017년 독일서 창업해 AI 번역 서비스
지난해 에이전트 출시하며 AI 사업 확장

구글에 도전장을 던진 유럽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 기업 딥엘(DeepL) 창업자가 유럽·아시아 기업들이 로컬(지역) 시장에 안주한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오픈AI·앤스로픽이 AI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투자나 정부 지원 부족 외에 유럽·아시아의 도전 의식 부족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에이전트(명령을 이해하고 이행하는 모델) 진출 배경과 전망을 들어봤다. 폴란드 태생인 그는 2017년 독일에서 딥엘을 창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소식통을 인용해 딥엘이 최대 50억 달러(7조 4300억 원)의 기업 가치로 미국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딥엘 본사가 있는 독일의 번역· AI 에이전트 시장은 어떤가
A. 독일에는 우리를 제외하면 현지 서비스가 없는 것 같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현지 경쟁 기업은 없다. 일본·한국 등 아시아에는 현지 업체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지난해 AI 에이전트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A. 우리는 100개 이상 언어를 번역한다. 번역 분야에서 매우 폭넓은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다. 에이전트와 번역은 서로 다르지만 품질과 정확성에 대한 신뢰를 다른 제품에도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실험하고 혁신하려 한다. 어느 시점에 AI 번역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면서 우리 역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계 무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분야에서도 도전할 것이다.
Q. 오픈AI·앤스로픽·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A. 물론 우리는 그 기업들처럼 제품 범위가 넓지 않다. 이들은 모델을 14개도 만들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틈새 시장을 선택했고, 그 영역에 매우 깊이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도 이 분야에서 우리를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그들 주변에 적합한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Q. AI 시장은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럽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A. 질문과 답변은 회사마다 매우 다르다. 더 많은 (AI)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회사를 세우고 시작하며 대담해지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딥엘을 창업할 때 강력한 미국 경쟁자가 있었다. 구글 번역 서비스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이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도 종종 현지 시장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그 시장에서만 경쟁하겠다고 말한다. 더 많은 유럽 기업들이 특정 지역에서 최고가 되기보다는 글로벌 챔피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럽 정부는 AI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많은 AI를 보고 싶고, 더 많은 AI 기업을 보고 싶고,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걸 보고 싶다. 규제를 더 쉽게 만들고, AI를 위한 홍보를 많이 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AI에 대한 상당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Q. 한국 기업들은 어떤가
A.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은 왜 유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AI 솔루션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가. 한국 기업들도 한국과 아시아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Q. 중국이 오픈소스(개방형) AI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A. 무료이기는 하지만 우리와 경쟁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사실 그 모델들 어느 것도 번역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 경쟁은 미국 번역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어들로부터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Q. 최근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엔비디아도 이를 바탕으로 니모클로를 출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A. 아주 초기 탐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분명히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쉽지 않다.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보안 위험도 크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엔비디아는 AI 에이전트의 한 버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에이전트 시장에서 어떤 대결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분명 흥미로운 상황이 될 것이다.
에이전트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3년 후쯤에 그들이 어떻게 보일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실험과 다양한 제작이 있을 것이다. 실험을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Q. AI 전쟁 활용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AI가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용될 것이다. 사용자 층도 매우 다양할 것이다. 분명히 AI가 조종하는 사이버 전쟁이 훨씬 더 쉽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드론이나 이미지 인식 같은 기술에도 AI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게 좋은 걸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군사 기술을 더 정교하고 강력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지지하지 않는다.
Q. 기업공개 계획은
A. 기업공개(IPO)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회사를 만들고 있으며 상장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오래도록 고객을 돕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주요 목표다.
Q.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한국에는 훌륭한 회사들이 많고, 한국은 전 세계와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놀라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기술을 수출하고 전 세계와 협력하기를 원한다. 나는 삼성·LG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은 영어 사용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는 그 기업들이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트윈으로...기아, 연간 노동량 3750시간 줄였다
- 100년을 내다보는 中, 5년도 위태로운 韓
- [단독] 설계도만 있는 韓 SMR…加 수출 사실상 올스톱
- 손 쓸 방법 없던 간암에 새 길…양성자치료 10년 성적표 보니
- 방어벽 뚫는 창, 방패로 써도 될까…월가 ‘미토스 딜레마’
- [단독] 제네시스 조직 개편 단행…글로벌 확장 ‘가속 페달’
- 트럼프 장남 측근 로비스트로 기용…中제약사, 美 안보심의 뒤집었다
- 中에 “대만 통일 지지” 선물한 김정은…‘용중통미봉남’ 노골화
- 주식투자 열풍에 ‘중개형 ISA’ 쏠림…증권가, 신탁형 접는다
- SMART도 표류 와중에…차세대 모델 키우겠다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