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최대 실적에도 흔들리는 독주…AI 병목이 부른 ‘파운드리 2.0’

심화영 2026. 4. 1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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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TSMC, 1분기 매출 전년비 35% 급증…역대 최대 경신
패키징 공급 부족에 고객사들 ‘TSMC+α’ 전략 확대
삼성 2나노·인텔 ‘테라팹’…추격은 ‘각자도생’

[대한경제=심화영 기자]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초호황’이 오히려 TSMC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분석이 나온다. 주문이 밀려 제품을 제때 만들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단순히 칩을 잘 만드는 ‘제조 경쟁’의 시대를 지나, 패키징과 안정적 공급 능력이 핵심인 ‘파운드리 2.0’ 시대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1341억대만달러(약 52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했다.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 상단을 웃도는 수치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번 성장은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칩 수요가 견인했다. 특히 3나노 공정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첨단 공정 중심의 고성장 구조가 뚜렷해졌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AI 칩 수요가 폭발하면서 3나노·2나노 등 선단 공정은 물론, 첨단 패키징(CoWoS)까지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TSMC의 생산 라인은 이미 수년치 예약이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은 필요한 시점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고객사들은 후공정(OSAT) 업체나 다른 파운드리를 활용해 일부 물량을 분산하는 ‘TSMC+α’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2나노 수주가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대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선제 양산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연내 미국 테일러 공장이 가동되면 북미 고객 대응력이 강화되며 ‘대체 생산지’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인텔은 보다 다른 접근을 택했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테라팹’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테슬라·스페이스X·xAI 등 대형 수요를 직접 확보하는 데 나섰다. 테라팹은 AI·로봇·우주용 반도체를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까지 통합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AI·반도체 복합단지로 계획되고 있다. 1.8나노(18A)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제조·패키징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미세 공정 기술력이 승부를 갈랐다면, 이제는 설계(팹리스)·제조(파운드리)·패키징(후공정)을 통합하는 ‘종합 운영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과 칩렛 기술이 성능 개선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OSAT와의 협력 및 생태계 구축 능력까지 포함한 ‘파운드리 2.0’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중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도 구조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는 내수 기반 물량 공세와 함께, 설계·제조·일부 후공정 설계까지 결합한 종합형 파운드리 솔루션 모델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각국이 자국 중심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강화하면서, TSMC 중심의 단일 축 구조에서 ‘지역별 다축 체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선 “TSMC의 압도적 1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추격자들의 틈새 공략이 본격화되는 과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판도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공정 중심 경쟁에서 패키징·생태계·공급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게임의 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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