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고 UFC 보며 쿨한 척 협상, ‘노딜’ 될라 [트럼프 스톡커]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4.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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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90>
21시간 첫 협상 결렬...핵, 호르무즈 등 이견
양국, 탐색전 뒤 기싸움 계속...초조함도 확인
트럼프 “한중일 위해 해협 정리...나는 무관”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계속...14일 회담 변수
유럽 곧 항공대란...금융사 실적, PPI도 주목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 살람 총리는 지난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 뒤 “군과 보안군은 베이루트주 전역에 국가의 권위를 완전히 확립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살람 총리는 특히 “모든 무기는 오직 합법적인 당국의 손에만 있어야 하고 국가가 무력을 독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강제적인 무장 해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곧장 성명을 내고 “레바논 정부와 직접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14일 워싱턴DC에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논의를 위해 미국과 함께 3자 대면을 하기로 했다. 레바논에서는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대사, 이스라엘에서는 예키엘 라이터 주미 대사가 협상단을 이끈다. 다만 헤즈볼라는 자체적인 경제력과 행정력을 갖춘 레바논의 정식 정당인 데다 국가 정규군보다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적인 합의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웃국가임에도 서로를 적국으로만 규정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EPA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 시간) 첫 테이프를 끊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예상대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번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그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기간 골프를 치고 격투기를 관람하는 등 짐짓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온다. 여기에 14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워싱턴DC에서 미국과 3자 대면하는 회담도 주목할 사안이다.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합의한다 해도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면 언제든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번주에는 이밖에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실적과 이란 전쟁 영향이 반영된 주요 경제 지표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21시간 첫 협상 ‘노딜’...핵 포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점 등 이견

이란과 협상하려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에 돌입했다.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란 매체는 미국 대표단 규모를 경호 인력 등을 포함해 약 300명으로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 등 약 70명의 대표단이 자리했다.

회담은 파키스탄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 이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47년 만에 열린 최고위급 회담이었다. 또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국 공식 대면 회담이기도 했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 7일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15개항의 종전안을, 이란은 미국에 10개항의 요구안을 각각 제안했다. 이란 국영 방송인 IRIB는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에게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 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전역에서 교전 중단 등 4가지를 마지노선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12일 새벽까지 21시간 동안이나 진행된 첫 회담은 결국 결렬됐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협상이 속개하기 전 양측간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핵물질 제거를 포함해 전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양보를 협상장에서 얻어내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으나 이란 대표단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부터 이란과 21시간 동안 협상하며 이란에 미국의 마지노선을 매우 명확하게 밝혔으나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와 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단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6~12번이나 통화를 나눴다고도 밝혔다. 최종 결렬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렸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최종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이 이를 수용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한 뒤 30여 분 뒤 미국행 전용기에 올라탔다.

미국과 이란 간 최대 이견은 핵무기 개발 잠재력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여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란 입장에서는 개발 가능성만을 빌미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타격을 입었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도 미국은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가 타결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맞섰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쥔 최대의 협상 카드이기에 이를 쉽게 놓기는 어렵다.

NYT는 10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더 많은 선박 통행을 허용하려 했지만, 이미 설치한 기뢰의 정확한 위치를 자기들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이 모든 기뢰의 위치를 기록했는지도 불확실하다. 일부 기뢰는 바다에서 고정되지 않고 떠다니도록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기뢰를 신속하게 제거할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3주 뒤 기름 부족으로 유럽 항공 대란...트럼프는 “이란 협상 나는 상관 없어”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벌이던 1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압박용으로 군사적 긴장도 고조됐다. 중동의 군사 작전을 지휘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며 11일 미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지난 2월 28일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개시한 이후 처음이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2일 IRIB를 통해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규정에 따라 오직 비군사적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백악관은 미국이 카타르 등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보도에 언급된 카타르에 동결된 이란 자산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의 여파로 2010년부터 우리은행, IBK기업은행(024110) 등 한국에 묶였던 자금 약 60억 달러(약 9조 원)이다.

미국과 이란은 첫 협상에서 양측의 분위기와 속내를 파악하는 데 우선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서로의 압박 카드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초조함도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휴전 기한인 21일까지 남은 시일이 많지 않지만 양측이 이 기간을 충분히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사이 다른 나라들의 고통은 극심해지고 있다. 10일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 올리비에 얀코벡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EU) 에너지·관광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현재로서는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안정적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구조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가 유럽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전쟁 전까지 1톤당 800달러대였던 유럽 기준 항공유 가격은 지난주 사상 최고치인 1838달러로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가 어찌 되든 자신은 상관 없다며 나름대로 이란보다 우위에 있다는 듯한 태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과 다른 여러 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국가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정리 작업을 지금 시작하고 있다”며 “놀랍게도 그들에게는 이 작업을 스스로 해낼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주 흥미롭게도 많은 나라에서 빈 유조선이 석유를 채우러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이란에 유일하게 남은 건 선박이 기뢰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협뿐인데 그들의 기뢰부설함 28척 모두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플로리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는 내게 상관이 없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낼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협상을 시작할 즈음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협상이 결렬됐을 때에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이종격투기 UFC의 경기를 관람했다. 여기에는 협상단에 포함된 사위 쿠슈너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마이애미 출신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함께 있었다.

14일 이스라엘·레바논 회담도 중동 사태 중대 기로...금융사 실적, 3월 PPI도 주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후속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종전의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중단은 이란이 미국에 내건 종전 조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오는 14일 워싱턴DC에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논의를 위해 미국, 레바논과 3자 대면을 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웃국가임에도 지금까지 서로를 적국으로만 규정한 채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외교가에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요구하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라는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헤즈볼라는 자체적인 경제력과 행정력을 갖춘 레바논의 정식 정당인 데다 국가 정규군보다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협상을 빌미로 레바논 정부의 비협조를 탓하면서 미국에 재침의 명분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벌이는 시점에도 레바논 남부 지역의 200곳 이상을 강하게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을 발표한 직후인 8일에도 레바논 문제는 합의안과 무관하다며 군사 작전을 지속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8일 하루 이스라엘군의 수도 베이루트 대공습으로만 35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에도 영상 성명에서 “아직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며 “이란 정권이 휴전을 간청하고 있고 지도부 내에 갈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에 또 글을 쓰고 “세계 최강인 미국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오거나 떠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하는 절차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이 결렬되자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로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해군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불법 통행료를 지불한 누구든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 종결 여부는 이번주도 미국 뉴욕 증시와 국제 유가 흐름에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13일 골드만삭스, 14일 씨티그룹·웰스파고·JP모건·블랙록, 15일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16일 뱅크오브뉴욕멜론, 17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의 실적 발표 정도가 이목을 끌 수 있다. 16일에는 넷플릭스도 실적을 공표한다.

주요 경제 지표로는 14일에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정돼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첫 PPI 지표다.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소비자물가(CPI)의 선행지표로 여긴다. 3월 PPI의 월가 전망치는 2월 대비 1.2% 상승이다. 15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도 나온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보고서다. 오는 28~29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다. 16일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를 비롯해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도 이번주 다수 예정돼 있다.

이란 전쟁의 종결을 둘러싼 협상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이번주 뉴욕 증시도 작은 소식 하나에도 주가와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변동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 모두 국민들에게 자국이 승전국임을 부각해야 할 유인이 차고 넘치는 만큼 양국 간 기싸움은 협상 기한을 꽉 채울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한국 등 제3국의 부담만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후폭풍, 전세계 물가 외교 전쟁!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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