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조작' 연일 밀어붙여도 법조계 반응은 "글쎄"... 재판 변수 안된 이유는

정준기 2026. 4. 13.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조특위 '조작기소' 의혹 검증]
<1>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팀 사전 배치, '의심 자초' 지적 있지만
'진술회유' 주장 '조작' 직결될 내용 아니고
'녹취록' 의혹도 녹음파일 검증돼 영향 미약
이원석 "국회, 편향된 증거로 사실상의 재판"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구속 수사와 윗선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가 '본 라운드'인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조사 대상인 '대장동'과 '대북송금'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사건이어서 정치적 파급력이 더욱 크다. 민주당은 특히 대장동 사건과 관련, '검찰이 허위 진술과 증거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관보고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지만, '조작'을 거론하거나 단정할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재판에서 꾸준히 제기된 것들을 반복할 뿐, 여권 주장이 검찰 공소 내용을 전면적으로 뒤집을 만큼 변수가 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여권이 '조작기소'란 결론을 정해두고 법정에서 다퉈야 할 내용을 국회로 끌고 와 사건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 미리 배치, 방향 정해둔 수사?

'조작기소' 주장의 출발점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재명 기소'를 정해두고 대장동 사건을 전면 재수사했다는 것이다. 국정조사에선 2022년 5월 엄희준·강백신 검사 등 '2기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직무대리로서 대장동 사건을 검토했다는 점이 거론됐다. 정용환 현 서울고검 차장검사 중심의 '1기 수사팀'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1기 수사팀의 불기소 결론을 뒤집으려고 2기 수사팀이 급히 투입됐다고 여권은 의심한다.

하지만 1기 수사팀의 불기소 '결론', 그 자체에 반론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 등에 대해 최종 처분을 하지 않았고, 대선 일정 등으로 수사를 하는데 제한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차장검사도 7일 기관보고에서 "(이 대통령 등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만 했을 뿐이다.

물론 2기 수사팀 활동에 평가는 엇갈린다. 당시 지휘라인은 '신속 규명이 필요해서'라는 입장인데, 인사 발령 전 비공식 라인을 활용한 점은 비판을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정권과 검찰 윗선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부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남욱, 유동규 압박해 거짓 진술 회유?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윗선 '드라이브'가 '조작기소'로 실제 이어졌을까. 여권은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점에 주목한다. 이들 진술이 이 대통령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기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들 진술의 배경으로 검찰의 압박과 회유를 주장한다. 이들 주장은 남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정 전 실장 등에 관한 법정 증언을 번복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남 변호사는 이후 △검찰이 2박 3일 중앙지검 구치감에 대기시켰고 △'배를 가를 수도,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 등 압박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2기 수사팀은 수사에 필요한 원론적 설득을 한 것이며 구치감 대기는 체포 기한(48시간) 내 조사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측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도 구치감이 대기 장소로 적혔던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구속 피고인을 구치감에 대기시키는 건 이례적이고, '환부' 발언도 진술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는 있다. 하지만 '조작기소' 의혹으로 직결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정 전 실장 등의 기소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뼈대로 여러 주변 정황을 고려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김 전 부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또한 대장동 1심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정 전 실장 관련 진술을 번복한 것과 무관하게 정 전 실장 금품 수수 정황을 인정했다. 정영학 회계사 역시 대장동 1심 선고를 앞두고 "검찰이 조작된 증거로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영학 녹취 조작?

'정영학 녹취록 조작' 의혹도 여권이 꾸준히 지적해온 대목이다. 정 회계사가 처음 제출한 통화 녹취록에서 '재창이 형'이라고 돼 있던 부분이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에선 정 전 실장을 연상시키는 '실장님'으로, 청취 불가 표시가 돼 있던 대목은 '위례신도시'로 들리는데 '윗 어르신'으로 적혔다는 취지다.

하지만 2기 수사팀 등은 '윗 어르신'의 경우 1기 수사팀이 제출한 녹취록에도 그대로 담긴 표현이라고 반박한다. 조작 의도로 넣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녹음파일 원본과 여러 버전의 녹취록이 모두 제출됐으며 재판에서 그 녹음파일을 재생해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녹취록을 실제 내용과 다르게 적더라도,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긴 어려웠던 셈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 원본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이를 토대로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윗선의 사업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원석 "국회가 사실상 재판" 작심 비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2024년 7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와 자신의 향후 거취 여부 등에 대해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첫 검찰총장을 지낸 이원석 전 총장은 12일 '조작기소 국조'를 겨냥해 "수사로 따지면 보복·표적·기획·편파·강압 수사"라며 "입법부가 사실상 재판을 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수십, 수백 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며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증거와 증인들은 배제되고, 피고인들의 번복된 주장과 편향된 반대증거만을 내세워 국회가 판결까지 내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은 16일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