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SNS 한 줄, 외교 갈등으로 번지나...'학살' 언급에 이스라엘 강력 규탄

이성택 2026. 4. 1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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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에 참전 중인 이스라엘 정부와 공개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전시 학살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용납할 수 없다"며 거칠게 반박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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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X게시글에 이스라엘 발끈하며 촉발
정부 관계자 "이스라엘 인권 문제이지 美 비판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에 참전 중인 이스라엘 정부와 공개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전시 학살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용납할 수 없다"며 거칠게 반박하면서다.


李 X게시글에 이스라엘 발끈하며 촉발

발단은 이 대통령의 10일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일부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끝에 지붕 위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주장이 담긴 동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동원),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해당 영상이 이번 전쟁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 대통령은 세 시간 뒤 추가 게시글에서 "영상은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으로 미국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deeply disturbing)이라고 평가했고 존 커비 등 미 당국자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까지 언급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9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인의 시신을 건물 옥상에서 던지는 장면이 담겨 당시 국제적 비판을 불렀지만 현재 미국·이란 전쟁과 직접 관련은 없다.

이에 이스라엘 외무부가 10일(현지시간) 공식 X 계정에 입장문을 내고 "이 대통령의 발언, 특히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발생한 유대인 학살 사건을 경시하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야 한다"고 발끈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수행하는 전쟁 등에 비판적이면 외국 정상도 거침없이 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슷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최근 스페인과 외교 단절에 가까운 상황까지 갔다.

이 대통령·이스라엘 SNS 공방. 시각물=김대훈 부장

이 대통령 "전세계인 지적 한 번쯤 되돌아 볼만도 한데...실망" 반박

이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했고, 한국 외교부도 "이스라엘 외교부가 대통령께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12일에도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며 "그게 우리 헌법 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라고 이스라엘을 향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고도 밝혔다. 이스라엘과 설전을 "외교 참사"라고 비판한 야당과 언론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대통령의 지적을 경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레바논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자제하라"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글도 재게시(리트윗)했다.

2017년 5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관계자 "이스라엘 인권 문제이지 美 비판 아냐"

다만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인권 문제제기가 미국 비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을 하는 중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공격을 이어가 미국도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이스라엘 비판에는 그런 사정도 두루 담긴 것으로 본다" 했다. '평소 실용외교와 결이 다르다'는 일각의 지적에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동참하는 것 역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라며 일관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이 대통령을 추가로 비판하지 않는다면 수습 국면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정부 내 지배적이지만 이 대통령 의중에 따라 상황 전개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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