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과 협의 없이 "육군 인원, 예산 지원"… 허위광고로 기업 모집한 KADEX
국방부 승인 없이 활주로 사용 홍보도
올해도 두 쪽 난 지상군 전시회에
업체 부담 및 K방산 흥행에도 찬물

민간단체인 육군협회가 자신들이 주최하는 방산전시회에 "육군의 인원, 장비, 예산이 지원된다"는 허위 사실을 홍보하며 참가기업을 모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의 승인을 받지도 않은 채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사용한다고 홍보한 데 이어 육군과 협의 없이 군의 지원을 받는다고 명시한 것이다. 연이은 논란에 K방산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2025년 12월 육군본부와 육군협회가 맺은 업무협약서(MOU)에 따르면, 육군이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2026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를 지원한다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육군협회가 올해 1월 12일 KADEX 홈페이지에 올린 'KADEX 2026 방산업체 참가기업 공문'에는 육군과 체결한 MOU를 언급한 뒤 "KADEX 2026에도 육군의 인원·장비·예산이 지원되어 지상무기방산전시회 성공을 통해 육군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일 계획"이라고 적혀있다. 또한 공문에는 "기업 입장에서 KADEX 2026 참가는 단순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KADEX 2024 당시엔 육군과 KADEX 집행위원회가 전시회 상호 협력 및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MOU에는 해외육군 VIP 초청 및 의전, 육군 장비 대여, 일부 비용 부담 등 육군 측의 지원사항이 명시돼 있다. 다만2025년에 맺은 MOU는 육군 발전에 대한 연구, 육군 정책에 대한 홍보를 지원한다고 명시됐을 뿐 민간전시회에 대한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육군은 현재 KADEX 2026 지원 여부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한국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육군협회 측은 홈페이지에 올린 공문 및 게시글을 삭제했다. 육군협회는 이달 중 육군과 KADEX 지원 관련 MOU를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앞서 육군협회는 계룡대 비상활주로 사용 신청도 하기 전에 KADEX 2026이 비상활주로에서 열린다고 홍보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육군협회는 "육군본부, 계룡대와 협의를 마친 후 정식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민간 방산전시회 때문에 비상활주로를 수개월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도 많다. 활주로에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고정시키느라 아스팔트 바닥에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을 진행해 유사시 신속한 작전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 의원은 "국방부 승인도 나지 않은 군사시설을 볼모로 기업들에 공문을 뿌려 참가비를 걷는 육군협회의 행태는 사기, 기망에 해당하는 초법적 행위인 만큼 국방부는 즉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협회가 육군의 지원과 비상활주로 사용을 강조하는 것은 경쟁 전시회를 의식해 군에서 밀어주는 전시회란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과거 육군협회는 전시업체인 IDX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DX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개최했으나 2년 전 IDX와 전시회 수익 등으로 갈등을 겪다 소송 끝에 갈라섰다. 이에 육군협회는 2024년부터 계룡대에서 KADEX를 개최했고 IDX는 비슷한 시기에 킨텍스에서 DX 코리아를 열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수출을 위한 해외 방산전시회 준비에도 여력이 없는데 국내 전시회도 두 개로 나뉘는 바람에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참가, 부스 설치를 위해 수억 원이 들어 대기업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양쪽 다 참가하고 있으나 중소업체는 눈치를 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한 체계업체 관계자는 "KADEX 참가 의사는 밝혔지만 여러 논란으로 예산 편성, 전시회용 모형 제작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전직 육군 장성들이 포함돼 있는 육군협회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두 개 전시회를 하나로 통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군협회 관계자는 "KADEX에 육군홍보관이 들어서게 되면 그 비용과 해외 VIP들이 오면 통역해 주는 인력을 당연히 육군에서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전 홍보 논란에 대해선 "전시회 1년 전부터 관례적으로 참가기업을 모집하고 홍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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