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이혼 안해도 상간자로부터 위자료 받을 수 있나?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6. 4. 1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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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 <33>  혼인관계 유지 위자료 청구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이혼 여부 불문, 위자료 인정
혼인 유지, 일부 '용서'로 해석
혼인 지켜도 상처는 계속 남아
삽화=이지원 기자

Q: 20년 가까이 함께 산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남편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메시지 하나였다. 그 후 남편으로부터 상간녀와의 관계를 끝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이혼을 결심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 부부가 함께 했던 세월만큼이나 많다. 젊은 시절 만난 우리는 사랑해 결혼을 결심했고, 둘을 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았다. 기쁜 일도, 궂은일도 함께 헤쳐오며 십수 년의 시간을 쌓아왔다. 아이도 한창 클 나이다. 지금의 삶을 한순간에 바꾸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두려움이 크다.

그렇다고 이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덮고 넘어가자니, 다시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무언가가 무너져 내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당장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나와 우리 가정을 힘들게 만든 상간녀에게 내가 당하고 있는 이 고통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걸까. 상간녀에게 다시는 내 가정을 넘보지 못하도록 엄중한 경고를 하고 싶다.

A: 필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다. 배우자의 외도와 같은 명백한 이혼사유를 마주하게 된 중년을 만날 때, 유난히 비슷한 고민을 듣게 된다. "이혼을 당장 결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위의 사례처럼 중년에 이혼 여부에 대한 선택은 단순한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와의 삶, 경제적 기반, 그동안 쌓아온 시간, 이혼 이후의 노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혼은 법률적인 절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 전체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위자료 청구는 가능하다. 혼인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유지되는 공동생활이고, 그 신뢰를 깨뜨린 행위는 그 자체로 책임을 져야 할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도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혼인관계의 신뢰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로써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의 위자료 책임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상간소송을 결심했다면, 그 다음 문제는 해당 절차와 위자료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가로 좁혀진다. 먼저, 이때 위자료 액수는 단순히 외도의 존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법원은 위자료를 판단할 때 다양한 상황을 감안한다. △혼인관계가 실제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외도 이후 부부 사이가 회복되었는지 △자녀와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외도가 일시적인 일탈에 그쳤는지, 장기간 지속되었는지, 상대방이 이를 알게 된 이후의 태도는 어떠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혼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정은 위자료를 감액하는 요소로 고려되기도 한다.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는 점이 일정 부분 '용서'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자의 경우, 민사법원을 통해 이뤄진 1년 가량의 소송 끝에 승소, 외도 상대방에게 2,000만 원의 내외의 위자료를 받았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사례자의 정신적 고통이 근거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중년에 혼인은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자녀, 경제적 기반, 노후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많은 이가 관계를 유지하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곧 상처의 치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일상이 유지되더라도 신뢰는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다. 외도 이후에도 의심과 불안이 반복되고, 관계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만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책 배우자가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사실상 공동생활을 포기한 경우라면, 혼인의 형식만 남아 있을 뿐 그 실질은 이미 무너진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이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낮게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위자료는 혼인 유지 여부만으로 감경되는 금액이 아니다. 외도를 계기로 이후 어떤 고통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지, 부부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이후 당사자가 어떠한 삶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 판단된다.

비유책 배우자가 어떤 선택을 했든, 상처를 받은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혼인을 지켰다고 해서, 그 상처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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