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기막힌 전략' 우승·설욕 다 잡았다, 쓰러지고 또 쓰러진 中 왕즈이

김명석 기자 2026. 4. 1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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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명석 기자]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 안세영과 치열한 랠리를 펼친 중국 왕즈이가 경기장에 드러누운 채 힘들어하고 있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 /사진=아시아배드민턴연맹·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안세영(24·삼성생명)이 마침내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유독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던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것이다. 결승 상대는 지난달 전영오픈에서 안세영이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세계 2위' 중국 왕즈이. 안세영은 그러나 시종일관 상대를 괴롭힌 전략으로 우승과 설욕을 모두 해냈다.

안세영은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2-1(21-12, 17-21, 21-1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까지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전영오픈, 월드투어를 포함한 이른바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업도 이뤘는데, 여자 단식 선수로는 안세영이 역대 최초다.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안세영은 그동안 유독 이 대회 시상식에서는 제일 위에 서지 못했다. 지난 2023년 대회 은메달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고, 2024년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한 뒤 지난해엔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침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역사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는 안세영. /사진=아시아배드민턴연맹·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상대가 왕즈이였고, 전장이 중국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 안세영은 지난달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 져 우승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듯 보였던 안세영의 기세가 처음으로 꺾인 순간이었다. 세계 2위면서도 안세영의 벽을 번번이 넘지 못하던 왕즈이와 중국 배드민턴계 입장에선 이른바 '공안증' 해법을 찾은 듯했다. 안세영은 그러나 불과 한 대회 만에 왕즈이를 다시 제압했다. 결승 내내 왕즈이를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던 중국 팬들을 침묵에 빠트린 순간이기도 했다.

안세영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경기였다. 안세영은 32강부터 결승까지 오르는 내내 30~40분 만에 2-0 완승을 거두며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반면 왕즈이는 전날 4강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4위)와 1시간 가까이 풀게임 접전을 치른 뒤 결승에 올랐다. 체력적인 측면에서 안세영이 뚜렷한 우위였다.

안세영은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경기를 운영했다. 웬만하면 랠리를 길게 가져가면서, 왕즈이가 최대한 많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상대 무게중심을 번번이 무너뜨리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안겼다.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왕즈이가 초반부터 지친 기색을 보이자, 안세영은 공세를 펼치며 1게임을 21-12로 여유 있게 따냈다.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 안세영과 치열한 랠리를 펼친 중국 왕즈이가 경기장에 엎드려 앉은 채 있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안세영의 절묘한 경기 운영에 왕즈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길었던 랠리 끝에 점수를 내준 직후엔 허리를 굽힌 채 거친 숨을 내쉬더니, 세트 중반을 넘어선 뒤에는 무릎을 꿇고 머리까지 경기장에 파묻은 채 한참 숨을 고르기도 했다. 점프 등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 안세영의 모습에 해설진이 부상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로 안정에 무게가 쏠린 경기 운영이었다.

안세영은 마지막 3게임에 접어들자 초반부터 점수를 쌓으며 상대를 몰아쳤다. 왕즈이를 괴롭히며 체력전 양상으로 경기를 운영하다 기회가 오면 과감한 공격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지칠 대로 지친 왕즈이는 안세영과 랠리를 펼친 뒤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웠고, 사실상 짧은 휴식을 위한 목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칠 대로 지친 왕즈이는 조금이라도 더 숨을 고르려다 주심으로부터 시간 지연에 대한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왕즈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야말로 정신력으로 버텨냈고, 3게임 중후반엔 안세영의 거듭된 실수까지 나오면서 한때 동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안세영 역시도 유니폼을 쥐어 짜내자 땀이 쏟아질 정도로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집중력에서 '세계 최강' 안세영이 한 수 위였다. 마지막 남은 2점을 내리 따낸 뒤 여유 있는 세리머니에 이어 포효로 우승을 알렸다. 안세영이 배드민턴의 또 다른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기도 했다.

12일 중국 닝보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는 안세영. /사진=아시아배드민턴연맹·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김명석 기자 elcrac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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