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소셜미디어 글, 이스라엘과 외교 갈등 비화

박상기 기자 2026. 4. 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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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이스라엘軍 비판 영상 논란
이스라엘 “용납 못해 강력 규탄”
李 “지적 되돌아볼만 한데 실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군(軍)을 비판한 글이 이스라엘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자, 이 대통령은 “실망”이라고 재차 반박에 나섰다.

2025년 2월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라파엘 하르페즈(Rafael Harpaz) 주한이스라엘대사를 접견하는 모습./뉴스1

이스라엘 외교부는 11일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경시한 점을 포함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뒤 지붕 위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이란 취지의 설명이 담긴 11초가량의 동영상을 X에 올리며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첫 글을 쓴 뒤 동영상 진위 논란이 일자 다시 X에 “20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이라며 ‘아동’이 아니라 ‘시신’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 대통령이 2024년 사건을 현재 사건인 것처럼 허위로 게시한 ‘가짜 계정’의 동영상을 공유한 것이라며 “대통령님, 게시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언제나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3시간쯤 뒤 이스라엘을 향해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썼다.

1962년 수교 이후 64년 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이스라엘과 ‘온라인 설전(舌戰)’이 벌어지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무책임한 SNS 행보가 결국 외교 참사를 초래했다”고 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켰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X에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시신을 지붕에서 떨어뜨리는 영상과 관련 글을 올린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스라엘 비판보다는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준수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등 과거부터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와 국제법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靑 “보편적 인권 말한 것”… 전문가들 “불필요한 외교 리스크 키워”

우리 외교부도 11일 X를 통해 “대통령께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이라며 “이스라엘 외교부가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X에 다시 글을 올려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되는 것이 우리 헌법 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라고 했다. 또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며 “심지어 국익을 포함한 공익 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왜곡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식적인 얘기를 했을 뿐인데, 야당과 일부 언론이 ‘외교 문제’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청와대 내에서는 이번 논란에 중동 사태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우려와 분노가 깔려 있다는 말도 나왔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 6000을 연달아 넘어서고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데, 중동 사태가 터져 이 대통령이 크게 상심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올린 글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아무 잘못 없는 우리 국민들께서 뜬금없이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과 국가적 어려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이란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 앞에서는 한없이 신중하고 소극적이던 이 정권이 정작 국제 분쟁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거친 도덕적 언어를 쏟아내는 모습은 명백한 이중 잣대”라며 “국익을 저해하는 ‘SNS 정치’를 중단하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타국 정부와의 불필요한 감정적 갈등을 멈추고 지혜로운 외교적 수습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불필요한 외교적 리스크를 키웠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동 역사가 복잡하고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편을 들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들이 죽은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나”라며 “우리 대통령이 뜬금없이 불필요한 논쟁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이 외교 분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 관계자는 “SNS를 활용한 직접 소통은 장·단점이 뚜렷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최소한의 검토는 거쳐 정제된 메시지를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영국·호주·프랑스 등도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주로 확전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이 대통령의 X 글은 2024년 촬영된 동영상 속 장면을 ‘유대인 학살’과 비교해 홀로코스트로 사망한 유대인 600만명을 추모하는 기념일 ‘욤 하쇼아’(13일 저녁~14일)를 앞둔 이스라엘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은 알겠지만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성명까지 반박하면서 외교적 문제의 소지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 등은 미국 정계에 초당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이번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말을 듣고 이란 공습을 결정했으며, 이란과의 협상에 나선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유태인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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