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만에 프로팀 2개… 김천은 1년 내내 스포츠가 지역축제

김천/강우석 기자 2026. 4. 1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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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해법 된 스포츠]
<4> 프로팀과 손잡고 살아난 김천
6일 오후 경북 김천시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문화교육센터 내 축구장에서 김천 상무 산하 U-18팀 경북미용예술고등학교 선수들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인구 13만의 경북 김천시는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느 지방 소도시와는 차별화되는 ‘무기’가 있다. 바로 프로 스포츠 구단이다. 김천은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소속 김천 상무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연고지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야구·축구·배구·농구) 중 두 팀의 홈경기가 사계절 내내 열린다. K리그 1·2부 29팀과 V리그 남녀부 14팀의 연고지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도시지만, 김천 시민은 대도시 부럽지 않은 스포츠 인프라를 누리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김천에는 프로 스포츠는커녕 지역에 변변한 학교 운동부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의 본사 이전으로 2015년 산하 배구단이 김천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21년 K리그 상무 구단까지 유치했다. 김천시가 33억원을 들여 전광판과 가변 관중석 설치, 조명 교체 등 김천종합운동장을 재정비하며 공을 들였다.

봄부터 겨울까지 프로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서 도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면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인파가 몰리는 경기장 주변엔 스포츠 체험·사진 부스가 마련돼 동네가 들썩거린다. 주민 이찬규(28)씨는 “축구장에 가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팬들이 모인다”며 “구단에서 진행하는 카페나 식당 상품권을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가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천 상무 홈 경기를 찾은 사람은 총 5만3680명이다. 김천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 다른 지역 팬들도 있지만, 단순 계산으로 김천 시민 10명 중 4명이 지역 연고팀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은 셈이다. 군인 선수들이 1년 6개월만 뛰다 가는 상무 구단 특성상 절대적인 관중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역 내 관심도와 인기는 대도시 구단에 밀리지 않는다. 타지에서 오는 김천 상무 서포터즈와 원정팀 팬들이 축구를 보려고 김천을 찾는 효과도 상당하다. 작년에만 총 관중의 40%(2만1602명)가 외지인이었고, 올 시즌엔 이 비율이 44%로 더 늘었다. 김천 상무 관계자는 “홈경기 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팬들이 수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프로 축구팀이 생기면서 학생 수 감소로 고민하던 지역 교육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천시 어모면에 있는 특성화고 경북미용예술고는 상무가 김천에 들어온 2021년 처음으로 축구부가 생겼다. 프로 축구팀은 무조건 연고 지역에서 유소년 팀을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 K리그 규정 때문이다. 2019년 전교생 수가 52명에 불과했던 경북미용예술고는 축구부가 창설된 2021년엔 전교생이 9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전교생이 75명인데 이 중 축구부가 30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수도권에서 김천으로 전학 오는 학생도 늘고 있다. 김천에서 고교 축구 경기가 열릴 때는 K리그 스카우트 같은 축구 관계자와 학부모 등 외부 방문객 수백 명이 모인다.

지난 6일 김천종합운동장 인근 인조잔디훈련장에서 만난 경북미용예술고 1학년 고우진(16)군은 경기도 고양시 출신이다. 중학교까지 집 근처에서 다녔지만, 김천 상무의 영입 제의를 받고 올해 김천으로 내려왔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는 게 꿈인 고군은 “타지나 기숙사 생활이 이번이 처음인데, 김천에 축구부 등 어린 친구들이 꽤 있다 보니 시내에도 10대들이 갈 만한 곳이 많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유소년 배구교실도 운영 김천 모암초 학생들이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이 진행하는 배구 교실에서 블로킹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는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챔피언결정전까지 관중 5만4132명을 불러모아 V리그 여자부 7팀 1위를 기록했다. 구단 관계자는 “작년부터 경기장 내 매점을 새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지역 식자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역 주민을 채용하는 등 구단 운영 전반에서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김천 모암초 등과 협력해 8년째 유소년 배구 교실을 운영하는 등 지역 내 학생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쓰고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프로 스포츠 도시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한 것이 큰 이점”이라고 했다. 김천시는 김천 상무 유치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 파급 효과를 총 146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 경기가 TV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중계되면서 지역 인지도를 높이고, 스포츠 관람과 관광으로 유입되는 유동 인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시는 최근 3년간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으로 인한 홍보 효과도 2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김천시 외에도 인구 15만의 전남 광양(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인구 36만 충남 아산(여자농구 우리은행) 등도 프로 스포츠 구단과 상생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특히 2016년 아산시로 연고지를 옮긴 우리은행은 매년 지역 유소년 농구 활성화에 매년 1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아산 지역 농구교실·클럽 회원 수는 300명 정도인데, 2017년(30명)과 비교하면 10배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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