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아” 직설적 反戰 메시지 쏟아내는 교황
전능의 망상” 등 강도높게 비판
균형감 중시 중재자 이미지 벗어

“더 이상 그를 조용한 교황(the quiet pope)이라 부르지 말라.”
미국 잡지 디애틀랜틱은 최근 “전쟁 과정에서 레오 14세는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개혁적 성향이었던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중립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레오 14세가 뚜렷한 반전(反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레오 14세는 최근 이란 전쟁 관련 강도 높은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즉위 이후 글로벌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황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된 11일 특별 기도회에서 “거룩한 하느님의 이름조차 죽음의 담론에 휘말리고 있다”며 “자기중심적 우상 숭배와 돈에 대한 집착, 권력 과시,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했다. 미국의 강경 우익 개신교 진영에서 이번 전쟁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듯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으로 변해 가는 전능의 망상”이란 표현도 썼다.
교황은 전날엔 소셜미디어 X에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전쟁이라는 신성 모독과 이익 추구의 잔혹함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부수적 피해로 취급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트럼프가 이란을 겨냥해 “한 문명 전체가 파괴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을 세웠다.
레오 14세는 지난해 5월 즉위 당시 균형과 통합을 중시하는 ‘중재자’ 이미지가 강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불거졌던 교회 내부 갈등을 잠재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교황은 공식 입장을 드러낼 때도 “그런 것 같다” “아마도”처럼 완곡한 표현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애틀랜틱은 “현대 교황이 평화를 호소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를 연상시킬 만큼 강한 어조로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와 전혀 다른 ‘조용한 미국인’이라는 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며 “그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트럼프의 최대 정적(政敵)은 아닐지 몰라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랐던 것처럼 ‘조용한 방관자’ 역시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미국 태생이라는 점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밀리스 시카고 가톨릭신학연합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구독하고 미국 스포츠를 챙겨보는 레오 14세는 어떤 면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며 “아르헨티나 출신인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미국의 특수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AP는 “교황이 모국어로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미국 내에서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교황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들어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비판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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