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3주가 고비… 글로벌 ‘항공유 대란’ 오나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항공유 대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가격 폭등을 넘어 전 세계 주요 공항의 항공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셧다운 공포가 커지는 모양새다.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한국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올리비에 얀코벡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 사무총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EU 교통·에너지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의미 있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으면, EU 내 구조적 항공유 부족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600개 이상의 유럽 공항을 대표하는 ACI 유럽지부가 이처럼 긴박한 기한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골든타임은 3주”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항공유 비축분이 8~10일치에 불과해 이후 배급제를 실시해야 할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 밀라노 리나테, 베네치아, 트레비소 등 7개 공항에서 이미 급유 제한령이 내려졌다. ACI 유럽 지부는 EU 집행위원회에 항공유 공동 구매, 정유사에 대한 항공유 생산 의무화, 수입 규제 한시 완화 등 비상 조치를 공식 요청했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비상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2·3분기 계획 노선의 약 5%를 축소한다고 밝혔고, 독일 루프트한자는 좌석 공급의 5%를 감축하는 비상계획을 수립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4월 한 달에만 항공편 1000편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위기의 핵심은 항공유 정제 인프라의 붕괴다. 항공유는 중동산 원유를 정제한 뒤 각국 공항까지 운송하는 복잡한 공급망을 거친다. 유럽의 경우 중동 원유를 아시아(한국·싱가포르)에서 정제해 가져간다. 항공유는 휘발유·경유와 달리 엄격한 품질 기준과 안전 규정으로 인해 대량 장기 저장이 어렵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해협이 열려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항공유 공급망 복구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수출 1위지만 속수무책
항공유 수출 1위국인 한국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약 1080만t의 항공유를 수출한다. 미국이 한국산 항공유의 최대 시장으로 전체 수출량의 34.8%를 차지한다. 호주(19.0%), 유럽(17.5%), 일본(10.4%)도 한국산 항공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 강국’ 지위도 위기 앞에서 별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그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정제 이전 단계부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 정유사가 만든 항공유라도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시세와 달러 환율에 연동된다. 항공유를 많이 생산·수출한다고 해서 국내 항공사가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미 준전시 상태다.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7%를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이란 전쟁 이후 두 배 이상 폭등한 데다, 원유 가격 상승률(약 50%)을 훨씬 웃도는 속도다. 달러 강세까지 겹쳐 환차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사실상 업계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형사들은 국제선 일부 노선 감편에 착수했고, LCC들은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단과 축소를 잇달아 공지하고 있다. 특히 현금 동원력이 약한 LCC들은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이른 시일 내 종료되더라도 안정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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