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극장, 치유의 수술장 [삶과 문화]

2026. 4. 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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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죽었다.

이름은 햄넷(Hamnet), 런던 근교 시골에 살던 윌과 아녜스 부부의 아이로, 극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연극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몇 년 후 아녜스가 남편의 새 연극 '햄릿'을 처음 보는 순간, 무대 위에서 그는 아들 이름을 쓰는 배우를 통해 꿈에 그리던 아들을 다시 만난다.

아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나고 미처 하지 못한 작별을 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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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극장(theater). 게티이미지뱅크

한 소년이 죽었다. 이름은 햄넷(Hamnet), 런던 근교 시골에 살던 윌과 아녜스 부부의 아이로, 극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연극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몇 해 뒤 아버지는 죽은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을 발표했고, '햄릿(Hamlet)'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비극은 이후 수백 년을 살아남았다. 클로이 자오의 영화 '햄넷'은 두 이름이 구별 없이 쓰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셰익스피어 가족의 상실과 명작의 탄생 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운다.

가족 서사의 중심에는 아녜스가 있다. 자연을 깊이 사랑하고 약초에 밝으며, 직관과 미신을 믿는 편이다. 그 시대에는 그런 손이 곧 '1차 의료'였을 것이다. 의사는 멀리 있었고, 아픈 사람들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아녜스는 열병에 걸린 자식을 위해 자신이 아는 방법을 다 쓴다. 그러나 흑사병 앞에서 약초와 소금의 힘은 무력하기만 했다. 대자연에서 받은 치유의 지혜가 정작 자기 아들 앞에서는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절망을 영화는 정직하게 보여준다.

아들의 죽음을 전후하여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있었다. 영화는 부부의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그들 사이에 남겨진 상처와 소통의 부재를 보여준다. 아녜스는 몸으로 애도하고, 셰익스피어는 언어로 애도한다. 같은 상실이지만 두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견딘다. 몇 년 후 아녜스가 남편의 새 연극 '햄릿'을 처음 보는 순간, 무대 위에서 그는 아들 이름을 쓰는 배우를 통해 꿈에 그리던 아들을 다시 만난다. 아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나고 미처 하지 못한 작별을 하게 하는 것. 상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견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예술의 힘이고 이야기의 위로일 것이다.

극장(Theater)은 본래 그리스어로 '보는 장소'라는 뜻이었다. 반원형 극장에서 시민들은 비극과 희극을 보며 공동체의 감정을 나누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단어가 의학으로도 건너왔다는 사실이다. 해부학 원형극장과 계단식 수술장은 한때 실제로 관객이 있는 극장이었다. 지금의 수술장에는 더 이상 관객석이 없지만, 수술장(operating theater)이라는 말은 남아 있다.

연극 무대와 수술장은 전혀 다른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다 인간의 취약함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한쪽에서는 상실이 이야기의 형식을 얻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통이 치료의 형식을 얻는다. 예술이 인간의 내면을 흔들어 변화를 일으킨다면, 수술은 병든 몸에 직접 개입하여 치유를 수행한다. 수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대 위가 아니라 암전 속에서 깨어난 환자가 온전한 일상으로 걸어 나가는 회복의 순간에 완성된다.

16세기의 프랑스의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는 의술의 본질을 이렇게 겸손하게 정의했다. "가끔 치유하고, 자주 고통을 덜어주며, 항상 위로하라."

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의과대학 인문학 수업' '타임 아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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