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308] 트럼프가 세우는 ‘미국의 개선문’

개선문(凱旋門)의 역사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화정 시대에는 개선하는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제정기로 접어들면서 치적을 정당화하려는 황제들이 앞다퉈 개선문을 건립했다. 돌로 된 아치 아래를 걷는 행위는 권력의 서사를 몸으로 통과하는 의례였다.
그 욕망의 정점에 나폴레옹이 있다. 1806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승리에 도취된 그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 끝에 거대한 개선문을 명령했다. 높이 50m, 너비 45m.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모델로 한 거대한 건축물. 나폴레옹은 “모든 병사가 이 문 아래로 개선할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완공된 개선문을 생전에는 끝내 통과하지 못했다. 1815년 워털루에서 영국의 웰링턴 공작에게 패배한 그는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됐다. 이후 1836년에야 에투알 개선문은 완성됐다.
1974년 스웨덴의 팝 그룹 ABBA는 이 역사적 아이러니를 노래로 만들었다. 4월 6일 브라이턴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지휘자가 나폴레옹 복장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가운데 스웨덴 젊은이 네 명이 부른 이 노래는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영국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6위. 2005년 유로비전 50주년 기념 투표에서는 역대 최고의 곡으로 선정됐다.
“역사책은 선반 위에서/ 언제나 스스로를 반복한다(The history book on the shelf/ Is always repeating itself).” 워털루에서 항복한 나폴레옹에 빗대어 사랑에 무릎 꿇는 여인을 노래한 곡이지만, 이 두 줄은 노래 속 연애담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10일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 포토맥 강변 알링턴 메모리얼 다리 옆에 세울 높이 76m짜리 개선문 렌더링을 공개했다. 에투알 개선문보다 26m 더 높다. ‘신 아래 하나의 나라(One Nation Under God)’와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Liberty and Justice for All)’라는 문구가 금빛으로 새겨진다고 한다. 겸양을 상실한 제국은 언제나 몰락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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