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절세 혹은 탈세?…‘1인 기획사’ 논란
최근 차은우 씨의 '1인 기획사' 활용 탈세 논란과 유명 연예인의 미등록 기획사 등은 일부 일탈을 넘은 구조적 문제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세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은 고소득을 올리는 연예인, 혹은 1인 기획사만의 문제일까요?
박민규/ 국세청 조사국 출신 세무사
연예 기획사로서의 기능을, 그거만을 위해서 (차은우 씨 기획사의 강화도 주소지) 여기다 만들어 놨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유명 연예인이란 이유로 일상까지 콘텐츠가 되는 시대, 절세를 빙자한 탈세를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무자격 세무 브로커들'이 활동 중이란 제보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탈세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나 대안이 가능할지 짚어봤습니다.

이른바 ‘얼굴 천재’로 불리던 연예계 대표 아이돌 차은우 씨. 지난해 7월, 그의 입대 소식에 팬들은 아쉬움을 쏟아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 사회까지 보며 존재감을 잃지 않던 그였지만,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건 그의 탈세 의혹이었습니다. 지난 1월 소득세 등 탈세 혐의로 200억 원대 세금 추징을 통보받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박민규/세무사·국세청 조사국 출신
강화도에 차은우 씨의 모친이 운영하는 장어집에 본점을 둔 1인 연예기획사 법인이 차은우 씨 그의 모든 연예 기획 관련 업무를 거기서 모든 관련 매출을 법인으로 받았다는 것이 탈세를 염두에 두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차은우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취지의 사과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팬을 비롯해 직장인으로 세금을 정직하게 내온 시민들은 이런 사과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박승진/직장인
굉장히 호감이었다가 탈세 의혹이나 뭐 다른 사건들로 뉴스를 보면 많이 팬 들렸던 사람들도 떠나가는 거 같고 좀 그렇습니다.
강이주/직장인
그렇게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게 직장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박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지요.
그런데 추징 소식이 알려진 지 2달여 지난 시점, 차은우 씨 측은 조세 불복 절차인 과세전 적부심사 결과에 따라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개인 SNS를 통해 다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차은우 씨 원소속사인 판타지오 측은 “차은우 씨의 1인 기획사는 실질적인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했다” 며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는 것이 탈세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후 절차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은우 씨 기획사의 주소지로 돼 있던 강화도 해안도로 인근의 한 건물 (아래 사진), 국세청 조사국 출신 세무사와 함께 찾아가 봤습니다. 장어 식당이었던 건물과 인근 다른 건물들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차은우 씨 1인 기획사의 주소지이자, 그의 어머니가 운영한 식당이었던 곳이지만 한동안 문을 닫은 채 유지돼 왔던 곳이라고 이웃들은 말합니다.

관련 등기부등본을 보면 차은우 가족이 소유한 이 기획사는 2020년부터 인근의 건물과 토지, 임야 등을 매입했는데, 공사 중이라 연예 기획사로 운영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5년여 동안 이 기획사는, 대표가 차은우 씨에서 그의 어머니로, 회사 형태는 주식회사에서 외부 감사와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각각 변경됐습니다.

그러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시점, 차은우 씨 관련 기획사 한 곳은 서울 강남구로 주소지를 옮겼습니다. 과연 연예 기획사는 이렇게 서울과 떨어진 곳에서 제대로 운영되었을까?
박민규/세무사·국세청 조사국 출신
여기는 누가 봐도 ‘그냥 음식점이겠구나’ 하는 것이지. 뭐 (다른 건물에) 사무실을 뒀다 하더라도 여기를 이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예 기획사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느냐. 엔터테인먼트 관련 그런 일을 진행하기에 적정한 장소는 아니잖아요.
앞으로 열게 될 카페는 차은우 씨 가족이 운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 관계자들도 잘 모르지만, 누군가 건물과 근처 땅을 임차해서 활용할 예정이란 취지로 말했습니다.
공사 관계자
카페로 지금 (용도)변경..계약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차씨 가족이 아닌) 임차인이 임차해서 저희 쪽에 공사 의뢰한 상황입니다.
차은우 씨 가족이 설립했던 기획사, 차스갤러리. 소속 연예인이 1명뿐이고, 해당 연예인이 대표나 주주가 되는, 이른바 ‘1인 기획사’입니다.
무엇보다 1인 기획사의 장점은 세금 부담 완화입니다. 고소득 연예인의 경우, 개인으로 소득세를 낸다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최대 49.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세라면 최대 세율이라도 26.4%만 적용됩니다.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 표준이 11억 원일 경우, 개인은 45%, 법인은 19%의 세율 구간에 들어가게 돼 실제 내는 세금은 4억 7천백여만 원과 2억 7백여만 원으로 갑절 넘게 차이가 납니다. 소득이 클수록 차이는 더 커집니다.

여기에 거액의 수입금을 법인 유보금으로 쌓아두거나 연예인의 활동 경비와 임직원으로 등록된 가족의 급여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겁니다.
김주현/세무사·국세청 출신
‘이렇게 하는 것이 마치 대중화된 절세법이더라’ 이런 식으로 조금 퍼지게 되면서 ‘나도 그런 법인 세워서 절세해야겠다’라고 좀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배우 이하늬 씨가 설립한 1인 기획사의 분점 주소지였던 서울 한남동의 한 식당 (아래 사진). 현재 일하고 있는 식당 직원들은 이 씨와 관련된 법인이나 소유관계는 잘 모른다고 말합니다.

식당 직원
(기자: 식당 대표님 연락처는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그냥 직원이라서 휴대전화 번호, 그런 건 저희는 모르고. (기자:이 식당 운영 몇 년이에요?) 아 저도 온 지 얼마 안 돼서 저는 일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법인은 2015년 설립 후, 여러 차례 사명 변경을 거쳐 현재 '호프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경우, 2017년 매입 당시 64억 5천만 원 정도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인 명의로 거래함으로써 개인보다 높은 담보인정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대출 이자나 건물 유지비 등도 비용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이른바 ‘부동산 쇼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씨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임대 사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사업자 등록상 행정 절차에 따라 지점으로 등록됐다”며 “임대 수익은 법인 회계 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 씨의 60억 원 규모의 세금 추징과 관련해선 조세심판원을 통한 심판청구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1인 기획사와 관련해 배우 권상우 씨는 법인차량 사적 유용 문제로 10억 원대 추징금을 납부한 적이 있습니다. 배우 활동 중인 유연석, 조진웅, 이준기 씨 등도 자신의 활동으로 올린 수익을 법인 매출로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추가로 납부했습니다.
최근엔 배우 김선호 씨가 가족 법인을 둘러싼 세금 회피 의혹에 대해 개인 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한 뒤, 해당 법인을 닫았습니다. 물론 1인 기획사나 가족 법인 설립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후진 양성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설립해 제대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합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연예인으로서 생활하면서 이뤄온 업적, 성과나 그런 것들을 충분히 십분 활용해서 연예계 후배, 후진 양성 이런 거에 목적을 둔 연예인이라고 하면 얼마든지 본인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기획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세청은 법인 운영 기록이나 직원의 출퇴근 자료 등이 미비할 경우 탈세를 목적으로 한,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로 보고 있습니다.
굵직한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일반적으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으로, 판타지오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차은우 씨 의혹까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민규/세무사·국세청 조사국 출신
차은우 씨 원소속사인 판타지오가 어느 정도 추징 세액이 나왔고 뭐 이런 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분명한 거는 판타지오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다가 여기 강화도 관련 차은우 씨 관련 어떤 혐의를 포착하고 4국에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1인 기획사의 세무조사 과정에선 '실질과세 원칙'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국세청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명의와 상관없이 실제 소득을 올린 당사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1인 기획사라도
직원들과 독립된 사무실, 투명한 자금 관리, 그리고 계약 협상 등 일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미순/국세청 조사 2과장
페이퍼 컴퍼니처럼 형식하고 실질이 다른 경우에 경제적 실질을 근거해서 과세한다는 게 실제 과세 원칙입니다. 연예인 소득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소득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원칙입니다.
최근 들어 고소득 연예인들이 탈세 논란에 휩싸이는 건 이른바 ‘무자격’ 세무 브로커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응봉/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
세법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 해석 차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서 ‘나는 이렇게 (무자격 세무 브로커) 컨설팅받았고 했기 때문에 이거는 탈세가 아니고 절세야’ 이렇게 어설프게 설명을 들은 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만의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망을 피해 의도적으로 탈세하려 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국세청이라 이런 쪽에서 대단히 관심이 많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고 그런 관점에서 '지금 발생한 (1인 기획사) 문제들은 터질 것이 터지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를 대상으로 한 부과 세액의 증가 추세에서도 이런 흐름이 명확히 나타납니다. 국세청 등의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만 104건. 부과 세액은 690억 원에 달했습니다. 2020년 39억 원에서 2024년 303억 원으로, 4년 새 8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1인 기획사 논란과 탈세 의혹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연예 업계 관계자와 국세청 참석자 사이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연예인들에게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는 억울함 호소에, 국세청에선 규정에 따른 과세라며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남경/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
1인 법인 변호사, 의사 자기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비용처리하는 것을 스마트한 경영이라고 표현을 하고, 유독 연예인들에게만 있어서는 ‘부도덕한 탈세의 온상이다’(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오미순/국세청 조사 2과장
소득은 1인 기획사에 귀속시켜 놓고 연예인은 소위 몇백만 원 그 정도의 소득만을 귀속시키고 세금 신고를 합니다. 다른 법인들과 동일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인식 전환부터 법 개정까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강승윤/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
(세무조사 때) 사업장이 어디냐 사무실이 어디냐, 책상이 어디 있냐부터 따지거든요. 그런데 연예인은 사무실이 있을 필요가 많지 않습니다.

김유미/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
(연예 업계는) 다른 영역과 특수하게 고려해야 하는 비용 처리 문제라든지, 해당 수요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의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이른바 ‘차은우 방지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1인 기획사 악용 탈세 방지법인 셈입니다.
국회 문체위 소속 정연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탈세 전력자가 업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인데, 지자체에 분산되어 있던 기획사 관리 권한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4월 초 기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체는 6천여 곳. 세무 관련 전문가들은 법인 비용 처리의 투명성 강화, 사내 유보금의 사적 유용 방지 등 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행 세법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인 크리에이터가 때와 장소에 무관하게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수십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세무 당국의 과세 원칙에도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의 격차를 줄이고, 연예인과 전문직 등 특정인의 활동에 의존하는 법인에게는 미국처럼 일반 법인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전오/성균관대 명예교수
미국의 ‘론-아웃 컴퍼니’(1인 기획사) 같은 이런 회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는가 하면..1인 기획사 같은 이런 형태에 대해서는 아예 고세율 35%를 적용한다고 해서 그렇게 과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올해 납세자의 날을 맞아 지방국세청장 표창을 받은 배우 오연수 씨. 오 씨는 "세금을 꼬박꼬박 낸 것밖에 없는데 큰상을 주셨다며, 앞으로도 세금 잘 내겠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습니다. 탈세 논란 연예인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융합으로 연예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 현행 제도만 탓할 게 아니라, 버는 만큼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의 확산이 조세 정의 실현의 첫걸음이란 전문가 제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응봉/세무법인 대표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돈 많이 버시는 분들은 세금을 정당하게 많이 내겠다는 그런 올바른 마음가짐, 자세를 지닐 수 있는 그런 교육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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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조선기, 설태훈, 최승구
촬영기자:박진경, 김상민, 이정태
편집:유지영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서유리
조연출:엄희주,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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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sweep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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