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당신은 누구십니까] “대표성은 사라지고 공천만 남았다”

박명호·박지우 2026. 4. 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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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비례대표 제도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다양한 사회 집단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지방의원 비례대표 제도가, 실제 선거에서는 '정당 선택'만 남은 구조로 굳어지면서 대표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정치학 교수는 "비례대표는 형식적으로는 정당 투표지만, 실질적으로는 명부에 올라 있는 특정 인물을 선출하는 제도"라며 "후보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유권자의 선택권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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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당 뒤에 가려진 존재감
정당 득표율 따라 의석 배분 구조
도내 광역·기초 비례 72석 불구
후보 홍보 비중 적고 접근성 낮아
개인보다 정당 보고 뽑는 현실
지방의회 비례대표 제도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는 후보를 알지 못한 채 정당만을 선택하고, 당선자는 이미 정해진 순번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는 '대표성 확대'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정당 내부 공천의 결과물로 인식되며,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부일보는 지방의회 비례대표 선출 구조와 공천 과정, 구성 실태를 다각도로 짚어보고,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제도의 본질과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름 없이 뽑힌 권력-지방의회 비례대표의 민낯. 사진=연합뉴스 자료

 "정당에 찍으면 당선된다."

다양한 사회 집단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지방의원 비례대표 제도가, 실제 선거에서는 '정당 선택'만 남은 구조로 굳어지면서 대표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 규모도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으로 경기도의회 비례대표는 15석, 도내 31개 시·군 기초의회 비례대표는 모두 57석에 달한다. 유권자의 선택이 실제 의석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후보에 대한 정보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에서 만난 직장인 A 씨(53)는 "지역구 후보는 공약도 보고 이름도 익숙한데 비례대표는 솔직히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른다"며 "그동안 그냥 정당 보고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평택의 유권자 B 씨(48·여)도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따로 찾아본 적은 없다"며 "투표할 때도 결국 정당만 보고 선택했다"고 했다.

비례대표 제도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 여성·청년·장애인 등 정치 진입 장벽이 높은 집단의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유권자가 후보 개인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표성 확대'라는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행한 '쉽게 설명한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책자에 게재된 부록1 '투표용지에 직접 연습해 봅시다' 일부 캡처.

특히 선거 구조 자체가 선택권을 제한하는 사례도 보인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내 13개 시의 기초의원 2인 선거구 24곳에서 후보자 48명이 무투표로 당선(중부일보 2월20일자 1면 보도)됐다. 이렇듯 지역구 의원조차 무투표로 당선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선거마저 후보 정보를 알기 어려운 구조는 유권자의 선택 폭을 더욱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학 교수는 "비례대표는 형식적으로는 정당 투표지만, 실질적으로는 명부에 올라 있는 특정 인물을 선출하는 제도"라며 "후보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유권자의 선택권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비례대표 후보들은 지역구 후보와 달리 개별 선거운동이 제한적이고, 공보물에서도 비중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채 '정당 명부 속 순번'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 측은 제도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비례대표는 정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하는 선거인 만큼 후보 개인보다는 정당의 가치와 방향성을 보고 선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후보 개인에 대한 정보 공개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는지 알고 투표할 수 있어야 제도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며 "현재는 '알지 못한 채 선택하는 선거'에 가까운 구조"라고 밝혔다.

유권자 C 씨(56) 역시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뽑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어떤 사람이 명부에 올라 있는지는 알고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명호·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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