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댄스 1장부터 괴력 질주"…최민정, 서울 세계선수권 '환상 피날레' 보인다→6종목 중 5개 우승 싹쓸이 "배구 여제 조언에 큰힘 얻어"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찬란한 라스트 댄스를 추기 전 '퍼스트 스테이지'에서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뚫어냈다. 최민정(성남시청)이 월드클래스 스케이터로서 여전한 위용을 뽐냈다.
최민정은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6-2027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대회 마지막 날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2초026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미 2차 선발대회 첫날 결과로 종합 우승을 확정한 상황이었지만 최종일 경연에서도 흔들림은 없었다.
1·2차 성적만 나열해도 '최민정 기량'이 올곳이 드러난다.
최민정은 1차 선발대회에서 500m·1000m 1위, 1500m 3위, 2차 대회에선 500m·1500m·1000m 1위를 싹쓸이했다.
단 한 종목을 제외하고 모든 레이스에서 정상에 올라 총점 183점을 쌓았다. 압도적인 종합 우승이었다.

이날 1000m 결승은 그의 노련한 경기 운용을 재확인하는 무대였다.
초반엔 무리하지 않았다. 2위권에서 흐름을 엿보던 최민정은 결승선을 3바퀴 남기고 직선주로에서 아웃코스로 빠져나왔다.
이어 순간적인 가속으로 선두를 쟁취한 뒤 그대로 격차를 벌렸다. 추월 이후 추격을 허락지 않는 전형적인 ‘최민정식' 레이스였다.
마지막 경연 종목인 1000m를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1위로 통과해 눈부시게 대미를 장식했다.
이미 종합 2위를 확정한 심석희(서울시청)는 1000m 준결승에서 속도를 줄여 최하위를 기록했고 B파이널에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랭킹 포인트 총점 77점으로 최민정 뒤를 이었다.
이로써 차기 시즌 국제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우선 출전권은 자동 선발된 김길리(성남시청)를 포함해 최민정, 심석희에게 돌아갔다.
김길리는 지난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올라 대표팀에 자동 선발됐다.

최민정에게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마지막 태극마크 시즌'의 출발선이었다. 출발선부터 맨 앞을 놓치지 않았다.
최민정은 지난 9일 1차 선발대회를 마친 뒤 2026-2027시즌을 끝으로 태극마크 반납을 선언했다.
앞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올림픽 무대와 작별을 고한 데 이어 국가대표 은퇴 시점까지 스스로 밝힌 것이다.
다만 은퇴 뜻을 밝힌 선수의 경기력이라곤 믿기 어려운 내용을 목동에서 뽐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거취 선택과 별개로 최민정은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빠른 여성 스케이터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민정은 “한국에서 열리는 은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특히 계주에서 기억에 남는 레이스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완전한 은퇴 시점에 대해선 “소속팀과도 조율해야 할 문제다. 다만 언제가 됐든 (스케이트화를 신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선은 자연스레 '2027년 서울'로 향한다.
이 해 ISU 세계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태극낭자로서 그의 마지막 전장이 국내 팬들 앞에서 구축될 확률이 높다.
그 무대에 서기 위해선 대표팀 승선이 필수였다.
최민정은 가장 확실한 방법인 '기량'으로 해당 과제를 선결(先決)했다.
올해 선발전에서 최민정은 6개 종목 중 단 한 개 종목에서만 1위를 놓쳤다.
이미 종합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마지막 1000m까지 전력을 다한 이유는 분명했다.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말에서 올 시즌을 임하는 최민정의 굳건한 태도가 엿보인다.

선발전 압승이 수월하기만 한 건 결코 아니었다.
올림픽이 포함된 지난 시즌 내내 이어진 강행군과 밀라노 여정 이후 쌓인 피로, 고질적인 무릎 십자인대 통증까지 겹쳐 진통제를 복용한 채 선발전에 나섰단 사실은 28살 베테랑의 현재 몸 상태를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대표팀에 반드시 승선하겠다는 의지와 마지막 시즌을 향한 꼼꼼한 준비가 높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같은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느냐는 질문엔 최민정은 “올림픽 은퇴를 선언해서인지 오히려 긴장감이 이전보다 덜했다"며 이뤄야 할 목표가 사라진 자리에 '해야 할 일'을 꾹꾹 눌러담고 더 집중하고 있음을 귀띔했다.
최근 '배구 여제' 김연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그는 은퇴 과정에 대한 조언을 받았냐고 묻자 “(김)연경 언니가 공감을 많이 해줘 큰 힘이 됐다” 밝혔다.
세계 최정상에서 긴 시간을 버텨온 선수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감정이 최민정의 라스트 댄스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뿌리로 기능하는 모양새였다.
현역으로서 최민정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지만 '속도'는 아직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간판' 황대헌이 불참한 남자부에선 이정민(성남시청)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이정민은 1000m 결승에서 1분27초090의 기록으로 1위에 올라 총점 139점을 쌓았다.
김태성(화성시청)이 73점으로 2위에 등극했다.
둘은 김길리와 마찬가지로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2관왕 자격으로 자동 선발된 임종언(고양시청)과 차기 시즌 국제대회에 나선다.
대표팀 윤곽도 모습을 드러냈다. 남녀 3~4위 선수단은 계주 멤버로, 5~7위는 후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자부 종합 3, 4위를 차지한 배서찬(고양시청)과 신동민(화성시청), 여자부 3, 4위 김민지(한국체대)와 최지현(전북도청)은 국제대회 계주 멤버로 뛴다.
남자부 5∼7위인 이규호(한국체대), 이동현(단국대), 남윤창(한국체대)과 여자부 5∼7위인 김건희(성남시청), 노아름(전북도청), 박지원(전북도청)은 국가대표 후보로 활동한다.
반면 세계랭킹 1위 출신인 남자부 박지원(서울시청)은 9위에 머물러 대표팀 재승선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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