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주째 전셋값 상승⋯'마용성' 매수 전환여부 주목 [현장]
매수심리 112.4 '상승 국면' 코앞⋯"강남보다 뜨거운 현장"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전세로 버티는 게 답인 줄 알았는데, 매달 치솟는 전세 호가를 보니 차라리 지금이 '막차'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대출 이자가 부담되긴 해도, 2년마다 전세금 올려 내며 이사 걱정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도 듭니다." (마포구 공덕삼성래미안2차 거주 직장인 A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은 줄어들면서, 임차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고 있다. 전세가율까지 높아지자 '전세 유지'보다 '매수 전환(내 집 마련)'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실수요자들의 시장 재진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214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월(2502건) 대비 28.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3000건 선을 회복한 수치다.
![마포·용산·성동 일대에서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전세→매매’ 수요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신용산역과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2/inews24/20260412210702522aefr.jpg)
특히 지난 달 마포구와 성동구의 거래량 증가 폭은 서울 평균(28%)을 웃도는 35~38%대로, 한강벨트의 매수세를 뒷받침했다.
매수 심리도 반등세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지난달 112.4를 기록했다. 1월(104.3)과 2월(107.2)에 이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보합권(95~115) 상단까지 올라섰다.
특히 '마용성'이 포함된 권역의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은 114.8 △도심권(용산·종로·중구)은 115.3으로 서울 평균(112.4)을 웃돌았다.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111.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세 사기 여파와 공급 불안이 겹치며 "상급지라도 먼저 확보하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 기대가 우세함을 의미한다. 지난달 수치는 상승 국면 진입 기준선(115)에 근접한 수준이다.
61주 연속 상승한 전셋값…'공급 가뭄'에 씨 마른 매물
전셋값 상승세는 매물 감소와 맞물려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61주 연속 상승이다.
실제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2만3060건에서 이달 초 1만5441건으로 3개월 만에 33.1% 감소했다.
애오개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전세 물건이 나오면 대부분 당일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기 순번이 의미 없을 정도로 매물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강벨트 핵심 지역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아실 데이터에 따르면 용산구와 성동구의 최근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각각 38.4%, 36.2% 줄어 서울 평균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공덕동 '공덕자이(1,164가구)'는 현재 전세 매물이 8건 수준에 그친다. 반면 매매 매물은 42건으로 전세보다 5배 이상 많다. '마포 아크로타워' 역시 전용 84㎡ 기준 전세 매물이 1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매물 부족이 매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외곽과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임차 수요의 매수 전환 현상이 관측된다"며 "이처럼 실수요가 유입되는 상황에서는 단기간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수 부담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시점이 오면, 대출이 가능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가가 매매가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좁혀지는 '매매-전세 갭'⋯성수동 84㎡ 갭 7억대 진입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와 전세 간 가격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 '강변건영' 전용 84㎡는 지난달 말 15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매매 호가(22억~23억원)를 고려하면 가격 차이는 7억원대로 좁혀진 상태다.
인근 '성수동 아이파크' 역시 전세가가 14억원대까지 올라서며 매매가(21억원 내외)와의 격차가 1년 전 대비 2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상급지인 성수동에서 갭이 7억원대까지 줄어든 것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보다 적은 자금으로 상급지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대기 수요가 움직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다.
마포 아현·공덕 일대도 유사한 흐름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전세가가 12억5000만원까지 오르며 매매가(18억5000만 원) 대비 전세가율이 67% 수준에 근접했다. '공덕자이' 역시 6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대출 규제 환경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시장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되면서, 같은 소득이라도 예전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 제한까지 더해지며 자금 조달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은 이 부담을 일부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세금이 높아질수록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고, 그만큼 매수자가 실제로 준비해야 할 자기자본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흐름 속에서, 대출 규제 영향권에 있는 15억~20억원대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인의 ‘내 집 마련’ 전환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대출은 덜 나오지만, 전세금이 그 빈자리를 일부 메우면서 매수 결정을 앞당기는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정부 정책 변수도 시장의 움직임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보완 조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도 여건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한 내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전제로 세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되면서, 그간 매도를 미뤄왔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시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미 매수 전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책 변화까지 겹치며 대기 수요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입주 물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분양가 상승이 기존 신축 아파트 선호를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한 매수 전환 수요는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며 "다만 정책에 따른 매물 출회 규모와 금리 변수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흐름이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책으로 풀린 매물이 어느 가격대에서 소화되느냐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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