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코앞인데…고령층 독감 예방은 여전히 ‘표준’에 멈췄다

최은지 2026. 4. 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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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마지막 주 '세계 예방접종 주간'을 맞아 고령층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하며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고령층을 위한 독감 예방 체계는 '접종률'이라는 수치에 함몰돼 실제 보호 효과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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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백신 효과 18.5% 불과…면역노화가 원인
해외 주요국 ‘고면역원성 백신’ NIP 도입 가속
감염학회 권고에도 정책 사각지대…도입 시급
2024년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독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매년 4월 마지막 주 ‘세계 예방접종 주간’을 맞아 고령층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정책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독감은 예년보다 두 달 일찍 유행이 시작됐고, 10년 내 최대 규모로 번졌다. 예측한 균주와 실제 유행 바이러스가 어긋나면서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리는 사례가 속출했고, 피해는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층에 집중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하며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고령층을 위한 독감 예방 체계는 ‘접종률’이라는 수치에 함몰돼 실제 보호 효과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접종률의 역설…‘면역노화’ 장벽에 막힌 효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층 독감 백신 접종률은 80% 이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75%를 상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접종률이 반드시 높은 예방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실제 2024/25 절기 국내 8개 의료기관 연구에 따르면, 고령층의 백신 감염 예방효과는 1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의 원인으로 ‘면역노화’가 꼽힌다. 고령층은 신체 노화로 인해 항체 형성 능력이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국내 고령층의 86%가 동반하고 있는 당뇨, 만성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은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을 더욱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김진남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면역노화로 인해 표준용량 백신 접종 후에도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저질환을 동반한 경우라면 감염 후 합병증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며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고령층의 독감 입원과 사망이 줄지 않는 현실은 지금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은 고령층에게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다. 감염 후 첫 2주 동안 사망 위험은 최대 6배 증가하며, 심장마비 위험 3~5배, 뇌졸중 위험 2~3배가 뒤따른다. 독감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 환자의 약 80% 이상 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목받는 ‘고면역원성 백신’…“접종률보다 효과 높이는 정책으로”

고령층에서 표준용량 백신의 한계가 확인되면서, ‘고면역원성 백신’이 새로운 예방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MF59® 면역증강제를 함유한 백신은 주사 부위에서 면역세포를 불러 모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면역 반응의 크기·폭·기간을 동시에 높인다.

특히 백신주와 유행주가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 상황에서도 교차 면역 반응을 통해 예방 효과를 이어가며, 면역 지속 기간도 최대 1년으로 표준백신(6개월)보다 길어 봄철 2차 유행까지 대비가 가능하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고령층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이나 공공 보험으로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2024/25 시즌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 후 예방 효과가 48~50%로 나타나, 표준백신(33%)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뒀다. 아시아권에서도 대만과 일본이 올해 하반기부터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의 NIP 편입을 확정했거나 준비 중이다.

반면 국내 현실은 걸음마 단계다. 대한감염학회가 2023년 성인 예방접종 지침을 통해 65세 이상에게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나, 여전히 NIP에는 포함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 전체를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속도에 맞춘 근거 중심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접종률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는 접종률을 5% 올리는 것보다 백신 효과를 5% 높이는 것이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며 “임상적·경제적 근거가 충분한 만큼 국내에서도 정책 전환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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