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입 배구’ 종지부…조토 “우승 자격 있는 대한항공”
뜻밖 ‘분노 시리즈’ 속 5차전서 대한항공 승리, 2년 만에 패권 되찾아

전에 없던 신경전이었다.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벌어진 외국인 감독 대결은 뜻밖에 ‘분노 시리즈’로 번지며 역대급 입 싸움으로 전개됐다.
시리즈 내내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승자는 차분히 페이스를 유지한 브라질 출신의 배구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 통합 5연패에 도전하다 현대캐피탈에 트로피를 내준 대한항공은 2년 만에 패권을 되찾았다.
조토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KOVO컵,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석권해 트레블을 완성시켰다. 조토 감독은 “이탈리아와 브라질 리그, 브라질 대표팀 등을 두루 거쳤지만 V리그를 경험하며 많이 놀랐다. 한국 배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챔피언에 복귀하기까지 대한항공의 여정은 고난이었다. 정규리그에서도 줄부상 속에 한때 추락했다가 어렵게 1위를 탈환한 그 여정은 챔프전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홈에서 1·2차전을 승리했지만, 3·4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2차전 마지막에 불거진 비디오 판독 논란에 현대캐피탈이 ‘오심’을 주장하며 시리즈 흐름이 요동쳤다. 블랑 감독은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3차전부터 “분노의 힘으로 승리하겠다”고 했고 시리즈 내내 ‘입 배구’로 심리전을 펼쳤다.
대한항공 선수들도 분위기에 잠시 흔들렸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는 우승 뒤 “해프닝(판정 논란)이 있었다. 우리가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5차전까지 오게 되면서 ‘잘하고도 (그 이슈로) 웃음거리는 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4차전을 잇달아 0-3으로 내주며 자칫 심리전에도 말려들 수 있었으나 대한항공은 최종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을 제압, 우승했다. ‘절친’ 블랑 감독과 시리즈 내내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은 조토 감독은 우승 소감을 통해 입 싸움도 종료시켰다.
조토 감독은 “블랑 감독과는 4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다. 현대캐피탈은 환상적인 팀이지만 대한항공이 더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며 “우리의 강점은 한순간도 외부 요인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에서 논란이 커지긴 했지만 그쪽에서의 논란이었다. 우리는 우리 배구에만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조토 감독은 “대한항공에 오면서 2개의 꿈이 있었다. 최대한 많은 트로피를 수집하는 것과 모든 경기를 1~2명에 의존하지 않고 팀워크로 치르는 것이었다. 우리 선수들 모두가 MVP”라며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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