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한달 먹을 수 있는 양” 편의점 매일 그냥 버린다…분노한 시민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4. 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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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장바구니.[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멀쩡한 재료, 다 버린다고?”

무려 하루에 34kg. 슈퍼와 편의점, 등 각종 소매업체에서 하루 평균 버려지는 식자재의 양이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한 달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정도.

무조건 섭취가 불가능해, 꼭 버려야 하는 정도의 상태가 아니다. 유통기한이 넘었거나, 외관상 상품 가치가 훼손되는 등 섭취에 큰 무리가 없는 것들이 많다.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연합]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농식품을 폐기하는 데 또 다른 비용이 들고,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까지 유발한다는 것.

이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 아까운 농식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자발적으로 모여 환경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것.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를 고르고 있다.[연합]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21년 발간한 ‘농식품 유통 및 소비단계 폐기물 감축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공급된 전체 농식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소비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비율은 약 14%로 추정된다. 경제적 가치만 약 20조원.

우리나라의 경우 농식품 폐기량이 적지 않은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농식품 손실 및 폐기량의 56%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이 가운데 절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모습.[연합]

이는 단순히 ‘음식이 아깝다’는 차원을 넘어서 부작용을 유발한다. 농식품은 생산 과정에서 이미 물과 에너지 등 자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이게 그대로 버려지면서 폐기물 처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까지 유발한다.

제대로 쓰임도 다하지 못한 채, 두 번에 걸쳐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얘기. 실제 농식품 손실 및 폐기에 따른 영향은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최대 10% 수준에 해당한다. 심지어 폐기를 위해 비용 지출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대형마트에서 초밥세트가 마감할인을 적용해 판매 중이다. 정석준 기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커뮤니티 푸드랩(Community Food Lab)’. 지역 내 마트·시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 식자재를 지자체 혹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공공키친’에 모아 새로운 조리·가공품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지역 내 마트나 시장상인 등 소상공인들에게는 식자재를 제공할 경우 ‘기부금’으로 인정해, 세액공제를 적용해 준다. 소상공들은 기존에 돈을 들여 버려야 했던 폐기물을 ‘기부’하면서 비용을 아끼고, 세금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피스 ‘그린아젠다빌더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이 정책 제안 아이디어를 적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아울러 공공키친에서의 조리·가공품 생산에 의한 일자리 생성도 기대된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이나 조리 경력이 필요한 전공 대학생 등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는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같은 구상,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모여 구상한 정책 제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민 50여명이 참여한 ‘그린아젠다빌더스’ 활동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지역 시민들이 모여, 지역의 환경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린피스 ‘그린아젠다빌더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이 정책 제안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농식품 폐기물 감축을 위한 ‘아이디어 푸드랩’ 또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제안됐다. 그리고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자에게 ‘정책 제안서’로 전달될 예정이다.

그린피스가 지역 시민들과 함께 만든 아이디어는 이뿐만 아니었다. 한 참가자는 한강공원 등 지역 축제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에 참여 우선권을 주는 정책을 제안했다. 푸드트럭 등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포장 용기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그린아젠다빌더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이 보드게임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친환경 관련 활동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앱테크형 바우처 지급 정책도 제안됐다. 반려동물 순찰대 활용 시 친환경 상품에 대한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환경과 사회 문제를 동시에 제안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제안도 나왔다. 경기도 가평군에 거주하는 한 참가자는 가평군에 방치된 폐공간을 활용해, 친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한 참가자는 공공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그 수익을 지역사회에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그린피스 ‘그린아젠다빌더스’ 단체 사진.[그린피스 제공]

김남영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공동체에 기여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힘이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라며 “기후위기 대응이 전문가와 정치권의 언어에 갇혀 있는 동안, 시민들은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이 제안들에 귀를 기울이고, 세금을 기후위기 대응에 써달라는 시민의 요구에 반드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아젠다빌더스 프로그램에서는 ‘도넛마을 만들기’ 보드게임이 활용됐다. 이는 그린피스와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이장섭 교수 및 학생들이 ‘도넛 경제학’을 기반으로 만든 보드게임. 게임을 하며 보다 쉽게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해 보는 게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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