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록유산 팔만대장경, 알수록 더 커지는 미래가치
- 과학적·정신적·역사적 측면에서
- 팔만대장경의 가치 새롭게 알고
- 더 깊은 연구·활용할 방안 논의
지난 10일 한낮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 경내 장경판전(국보) 안으로 들어섰다.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과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 연구원장 경암 스님이 안내했다.

평소 개방되지 않으며 출입이 엄격히 관리·통제되는, 국보 팔만대장경을 품은 또 하나의 국보 장경판전을 이날 참관하는 기회를 얻은 이들은 소수 전문가였다. 전날 해인사가 경내 보경당에서 개최한 ‘팔만대장경 조성 가치 재조명 학술세미나-팔만대장경 그 찬란함’에 초청돼 발표·토론한 학자·전문가와 일부 취재진이 동행했다. 장경판전 내부 촬영은 일절 금지된 경건함 속에 ‘현장’에서 혜일·경암 스님이 들려주는 설명과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장경판전 안에서 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은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전쟁과 AI가 던진 충격 속에 던져진 지금의 인류에게, 오로지 평화로 향하는 지혜와 깨달음을 담았고, 몽골의 고려 침략 때 평화를 위한 염원 속에 탄생한 팔만대장경은 꼭 필요한 문화유산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오직 평화만을 궁리하고 추구하는 크고 아름답고 오래되고 강력한 인류 최고의 ‘서버’ 같은 풍경이었다.
하루 앞선 지난 9일 열린 ‘팔만대장경 조성 가치 재조명 학술세미나’는 해인사가 중심이 되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더 깊이 연구·활용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노력이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혜일 주지 스님은 기조강연에서 “팔만대장경은 단순한 목판이 아니라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선언이며, ‘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의 결정체였다. 이 점에서 팔만대장경은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세계사적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2년 또는 3년 터울로 규모 있는 학술세미나를 열어 성과를 축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학술세미나에서 여러 영역의 팔만대장경 연구 동향과 성과가 제시돼 뜻깊었다.
신은제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 상임연구원은 ‘팔만대장경 조성 배경과 해인사’를 발표했다. 해인사 직속 기구인 팔만대장경연구원이 ‘팔만대장경 DB 구축사업’ 등의 일환으로, 최근 ‘경판’을 직접 다루며 연구하고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발표여서 관심을 끌었다. 과거에는 경판을 직접 연구하기 힘들어 인쇄본을 연구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신 상임연구원은 이렇게 발표했다. “팔만대장경 경판을 과연 ‘어디서’ 팠는지 여부가 학계 쟁점 중 하나다. 목판의 유사도나 각수(새긴 사람)가 겹치는 점 등 여러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수 목판을 해인사 일대 가야산 권역 내에서 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정욱 충북대학교 목재·종이과학과 교수는 ‘팔만대장경 판재(板材)의 목재해부학적 특징으로 살펴본 경판의 과학적 가치’를 발표했다. 서 교수의 발표는 ‘과학’ 요소가 매우 풍부해 큰 관심을 받았다. 그의 발표에서 팔만대장경판 목재로 산벚나무 돌배나무 거제수나무 등 여러 종류가 제시됐다. ‘과학으로 풀어야 할 팔만대장경의 비밀·비결’이 많음을 알게 해준 서 교수는 “목재 고유의 갈라짐·터짐·뒤틀림 등 속성을 고려할 때 팔만대장경은 정말 보관 상태가 좋다. 선조의 지혜는 놀랍다”고 했다.
최연주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경판에 새겨진 각수의 전승과 계승 발전’을 발표했다. 그는 팔만대장경을 새긴 각수의 작업 기간(1~12년), 다년간 작업한 각수의 비중, 작업량, 각수의 인원 등을 실증성 높게 제시했다. 김상헌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팔만대장경의 찬란한 미래 - 기록유산 기반 지식의 확장과 해리티지 IP 생태계의 가능성’ 발표를 통해 디지털과 AI, 그리고 콘텐츠의 시대에 팔만대장경 활용법을 제안했다.
학술 행사는 해인사가 팔만대장경 보존·계승을 위해 운영하는 장경도감 판각학교를 방문하는 것으로 끝났다. 경암 스님은 “과학·기후·인문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영역에서 팔만대장경학(學) 성립을 위한 노력이 이뤄진다. 현재의 ‘팔만대장경 DB 구축 사업’이 잘 진행되면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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