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하나 뜨면 우르르…"당장 계약할게요" 난리 난 세입자들

임근호/구은서/정의진 2026. 4. 12. 19: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이사가 사라졌다
1분기 아파트 거래
전·월세 17% 줄고
매매는 20% '뚝'
계약갱신 비율
올해 '역대 최고'
< 씨마른 전세 > 실거주 강화와 입주 물량 감소로 1년 새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45% 급감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 안내문이 붙어 있다. 1000가구가 넘는 이 단지에 전세 물건은 한 건뿐이다. 문경덕 기자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이사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집을 사고팔기 어려워진 데다 전세난이 심해 세입자가 이사하기를 꺼려서다. 중저가 아파트값이 오르고 전세 물건이 귀해지며 신혼부부와 청년 등 서민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5만9946건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7만2069건)과 비교해 16.8%(1만2123건) 줄어든 것이다. 매매도 같은 기간 1만9508건에서 1만5593건으로 20.1% 감소했다.

입주 물량 감소와 실거주 의무 등으로 전·월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사하지 않고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비율이 역대 최고인 46.3%로 뛴 배경이다. 갱신 계약을 뺀 신규 전·월세 거래는 지난 1분기 3만236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만6446건)보다 32.0% 감소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1분기 새로 세입자를 들인 전·월세 거래는 193건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363건)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395개로 1년 전(4만8219개)보다 37.0%(1만7824개) 감소했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 금천구 벽산5단지(2810가구) 등 대단지도 전세 물건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강북구 미아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갈 곳이 마땅히 없으니 다들 집을 안 옮기려는 분위기”라며 “중개업소도 거래가 안 돼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울 성북·중랑·노원·관악…전세 1년새 70~80% 줄어
매물 품귀에 전세가도 뛰어…송파 전용 84㎡  2억 올라

“며칠 전 전셋집이 딱 하나 나왔는데 열 명이 보여달라고 했어요. 집주인이 여행 갔다 온 날 같이 보고 계약도 그날 바로 체결됐습니다.”(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곳곳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세입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살 집을 찾아 경기도로 향하거나 월세로 바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2년 거주한 세입자는 이사를 피하기 위해 계약갱신권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일부는 매매로 눈을 돌리며 관악, 노원 등 외곽 중저가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세 물건 하나 뜨면 우르르

12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5476개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6000개를 밑돌았다. 1년 전(2만8311개) 대비 반토막 수준(-45.3%)이다. 올해 들어 33.5% 급감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계속 줄어든 데다 주택 구매자의 실거주 의무(토지거래허가구역), 다주택자 규제 강화(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으로 나와 있던 전세마저 사라지는 탓이다.


1년 새 성북구 전세 물건은 1257개에서 131개로 89.6% 줄었다. 중랑(54개), 노원(207개), 금천(54개), 관악(120개), 강북(58개), 구로(155개) 등도 같은 기간 70~80% 감소했다. 3544가구 대단지인 관악구 ‘관악드림타운’은 최근 전용면적 60㎡ 전세가 하나 나왔다가 바로 사라졌다. 인근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997가구), ‘봉천벽산블루밍1차’(2105가구) 등도 전세 물건이 3~4개뿐이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 금천구 ‘벽산5단지’(2810가구),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3930가구), 성북구 ‘한신한진’(4515가구) 등 대단지도 전세는 10개 미만이다. 성북구 돈암동 K공인 관계자는 “어쩌다 전세 물건이 하나 뜨면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며 “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사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2년(-10.1%), 2023년(-6.9%) 하락한 뒤 반등해 2024년(5.2%)과 지난해(3.8%) 2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석 달 새 1.8% 올랐다. 서초(2.9%), 성북(2.9%), 노원(2.8%) 등은 2% 넘게 뛰었다.

 ◇전세난에 가능하면 ‘제자리 거주’

아파트 전세 품귀는 이사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 전세를 구하기 힘들어 최대한 집을 옮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1만2171건이던 전세 거래는 2월 9479건, 지난달 9283건으로 줄었다. 2020년 9월(9193건) 후 최저다. 월세를 합친 전·월세 거래도 2월 1만8181건, 지난달 1만8353건으로 2024년 9월(1만6735건) 후 최저 수준이다. 계약 체결 2~3개월 뒤 이사가 이뤄지는 만큼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전입·전출 인구)도 줄어들었다.

기존 집에 계속 세 들어 살려는 사람이 늘어나며 계약 갱신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전세 거래 중 갱신 계약 비중은 51.4%였다. 2월(51.9%)에 이어 두 달째 50%를 웃돌았다. 2023년 30%대, 작년 40%대에서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다.

새 전세 물건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일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벨리8단지’ 전용 59㎡는 신고가인 7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갱신권을 쓴 전세는 3억4000만원대에 계약이 연장됐다. 송파 거여동 ‘현대3차’ 84㎡도 6억1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여 이전 거래보다 2억원가량 뛰었다. 마곡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대안인 월세도 만만찮다”며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20만원을 불러 빌라로 이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근호/구은서/정의진 기자 eige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