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 공장, 식당, 반찬가게…“열심히 산 게 자랑” [6411의 목소리]


박효심 | 반찬가게 운영
올해 제 나이가 예순다섯입니다. 지금까지 15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고향이 전라남도 순천이라 음식이 전라도 맛이죠.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게 가장 자신이 있기도 했고 진짜 재밌었어요.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날마다 오전 7시 반쯤에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봐 가게로 들고 와서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했어요. 요즘은 시장 단골 가게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바로 배달해주니까 너무 편하지요. 보통 오후 4~5시까지 그날 팔 반찬을 계속 만들고 저녁 반찬을 사러 오는 손님이 뜸해지면 다음날 팔 반찬을 준비합니다. 하루에 15~20가지 정도의 반찬을 만드는데,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뀝니다. 나물, 무침, 조림, 볶음, 전, 찌개, 국, 김치가 주메뉴이고, 제사 음식과 명절 음식도 주문을 받아서 만들고, 동지 때는 동지팥죽을,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 11가지를 만듭니다. 거기에 쌀 식혜와 호박 식혜 같은 음료도 만들어 팝니다. 동지와 대보름 때는 일이 많아서 사흘 정도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서 참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했어요. 열네살,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에 올라와서 성수동 인형공장에서 1년 넘게 일했어요. 그러고는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오빠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다가 빚을 지게 되어 빚진 집에 제가 들어가 식모살이를 2년 동안 했지요. 그러다 다시 서울에 올라온 게 열여덟살이었는데 서울 반포에서 식모살이를 1년6개월 정도 했어요. 그 뒤에 방학동 가방공장 검사실에 들어가 일하다 공장에서 직원들을 위한 밥을 하는 분이 그만두셔서 제가 그 일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계속해왔네요. 스물한살에 결혼했는데 다음해 자궁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다행히 항암치료가 잘됐고 아이들도 둘을 낳았어요. 스물다섯쯤에 남편이 가방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저도 그 공장에서 직원들 밥을 해주면서 아이들을 키웠어요. 그러다 공장이 망해서 조치원으로 내려가 근처 가방공장에서 일하다가 1년 뒤에 서울로 다시 올라왔어요. 남편은 아파트 건축 회사에서 관리하는 일을 하고 저는 식당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봉제공장에서 윗옷에 주머니를 다는 부분작업을 하청받아 집에서 10년 넘게 옷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보문시장 안에서 순댓국 장사를 1년6개월 정도 하고 다른 식당에 들어가 4년 정도 일했어요. 그러다 발이 아파서 일을 쉬게 됐는데 동네의 지인들이 반찬가게를 해보라고 추천해서 시작하게 되었네요.

15년 동안 반찬 만드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12시간 넘게 하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계속했기 때문인지 칼을 쓰면서 다친 적은 없어요. 뜨거운 것을 만지다가 데거나 한 적도 거의 없지요. 하지만 무거운 재료들을 들고 움직이는 일이 많으니 허리부터 아프게 되더라고요. 척추협착증으로 시술을 받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프면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그냥 참으면서 하기도 하고 그래요. 무거운 걸 옮기는 걸 안 할 수 없으니 자연히 어깨도 아프게 되더군요. 마사지도 받고 염증 약도 먹으면서 버팁니다. 재료 다듬고, 나물 무치고 김치 버무리고 야채 볶고 이렇게 음식 만드는 일이 모두 손으로 하는 일이라 손목 관절도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파스 하나 붙이고 참으며 일합니다. 아프다가도 괜찮아지고 그래서요.
동네에서 15년 동안 가게를 해왔기 때문에 단골이 많아서 장사는 그럭저럭 되고 있습니다. 돈이 너무 없어서 힘들게 시작한 만큼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식들이 잘 크는 걸 보는 낙도 있었고, 음식 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기도 했고, 손님들이 음식 칭찬해주시는 그 맛도 있고 해서 정말 힘든 줄 모르고 해왔어요. 요즘은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김치도 담가 드리고 그렇게 더 나누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이 일을 열심히 해서 자식들도 잘 키우고 주변을 챙길 수 있게 된 지금,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정리 강명효 6411의 목소리 편집자문위원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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