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전 도입된 주휴수당…현실에선 '쪼개기 고용' 낳는다
주휴수당의 역설…다시 불붙은 폐지 논쟁
사업주들 인건비 부담 줄이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만 채용
최저임금 오르면 덩달아 올라
정부, 편의점 알바 등에 적용 땐
노동비용 최대 40%까지 치솟아

미국인 출신 원어민 강사 C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대를 상대로 “미지급 주휴수당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3년간 매주 14시간씩 강의했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미만 근무 시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2024년 대법원이 강의 준비 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자 C씨도 주휴수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저임금 산정 시즌이 돌아오자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뿐 아니라 법원까지 노동계에 유리한 판결을 잇달아 내놓자 낡은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당정이 예고한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메가톤급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년 후 초단기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1만320원) 기준 주 5일 하루 8시간씩 한 달(4주)간 일한 근로자의 월급(세전 기준)은 총 165만1200원이다. 실제 이 근로자가 손에 쥐는 월급은 1주일마다 하루치 주휴수당(1만320원×8시간×4주)을 더한 198만144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2384원으로, 법상 임금보다 20%가량 높다.

정부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2028년부터 편의점, 카페, 배달업 등에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 지급을 강제하면 당장 시급이 20% 이상 뛴다. 주 5일 하루 2시간30분씩 한 달간 일한 근로자(최저임금 기준)는 기존 월급(51만6000원)에 주휴수당(10만3200원)을 더한 61만9200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여기에 주휴수당 지급에 따라 통상임금이 오르면서 이에 연동한 야간·휴일 수당과 퇴직금 등도 증가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최저임금을 가장 많이 올린 2018년(16.4%)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수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는 초단시간 근로자와 비교해 시간당 평균 노동비용이 최대 40%가량 증가한다”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초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할 유인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선 법원도 주휴수당 재판과 관련해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연세대를 상대로 주휴수당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시간 강사의 근로 시간을 강의 준비와 평가 등의 시간을 포함해 실제 강의 시간의 세 배로 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초단기 근로자 10년간 91만 명 증가
전문가들은 이미 현행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장기 내수 불황 등으로 소상공인, 자영업, 중소기업 체력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다. 기업 현장에선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 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정하는 ‘쪼개기 고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당초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주휴수당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 조건과 임금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월 60시간(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2015년 86만6000명에서 2025년 177만9000명으로 10년간 91만3000명(105%) 불어났다.
쪼개기 고용은 사업주에게도 달갑지 않다. 근무가 단절되면서 집중력과 숙련도가 낮아져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직원 관리 부담도 커진다. 김경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연구원은 “주휴수당 제도는 소상공인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고용 형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확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올해 청와대가 중점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그간 면제된 가산 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 50% 가산)이 증가하고, 이에 연동해 통상임금, 주휴수당도 오른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주휴수당에 더해 야간수당까지 주면 편의점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낡은 임금체계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누더기가 된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기본급 등에 통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개발도상국 시대 낡은 노동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휴수당은 1953년, 최저임금 제도는 1986년 도입됐다. 정석은 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주휴수당 도입 당시와 달리 지금은 최저임금제, 근로소득장려세제 등 최저 근로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런 주휴수당 폐지 주장에 대해 “임금 삭감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주 40시간 근로자 기준으로 임금이 16.7%가량 감소한다. 근로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임금이 줄어든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주휴수당만큼 올린다는 전제하에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대부분 주휴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고 있어 주휴수당 개편에 나설 유인이 많지 않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수십 년간 고착화한 복잡한 임금체계를 다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현행 유지가 낫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유급휴일 제도.
이정선 중기선임기자/곽용희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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