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바꾼 경기도] '생명안전기본법' 시급
道 조례, 실효성 가지려면
국가 차원 '법제화' 필요성
국회 포럼 “12주기 전 통과를”
가족협 “국회 즉각 제정” 촉구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경기도가 처음으로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를 제정했지만 '생명안전기본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재난·참사 피해자 지원과 권리 보장 기준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먼저 세워졌는데 이를 포괄할 기본법은 아직 없는 셈이다.
1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지역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전후해 재난피해자 지원을 시혜적 관점이 아닌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재난피해자 인권보장 조례'를 제정했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족의 삶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묻는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태원·오송지하차도·아리셀 등 대형 참사가 반복되면서 제도는 여전히 복구와 비용 지원 중심에 머물렀고, 정보 접근권과 참여권, 차별·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추모와 회복의 권리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제정된 경기도 조례는 재난피해자를 지원 대상이 아닌 권리 보장의 주체로 규정하고 정보 접근과 사생활 보호, 차별·혐오로부터의 보호, 기억과 추모, 의견 개진과 배상·보상 청구 등을 담았다. 또 도 안전관리계획에 피해자 권리 보장 내용을 반영하고 재난피해자 인권보장위원회 설치 근거를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시민사회는 조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행규칙 마련과 위원회 구성, 기본계획 수립, 예산 반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 큰 과제는 국가 차원의 법제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사회와 유족들이 요구해 온 생명안전기본법은 2020년 처음 발의됐지만 21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지난해 3월 재발의된 뒤에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재난 및 각종 사고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명확히 하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독립된 기구 설치를 의무화한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안전을 시민 권리로 명시하고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안전영향평가 도입, 안전약자 보호, 기억과 추모 등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등이 주축인 국회 '생명안전포럼' 소속 의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보다 더 시급한 안건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 12주기 전에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이태원, 오송, 아리셀 참사 등 이름과 장소만 바뀔 뿐 국가가 지키지 못한 생명들의 이름은 계속 늘고 있다"며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라는 상식을 국가의 약속으로 못 박는 생명안전기본법을 국회는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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