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회담 무시하고 레바논 폭격한 이스라엘... "누적 2020명 사망"

곽주현 2026. 4.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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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벌어진 11일(현지시간)에도 레바논을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었다.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 개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집요한 레바논 공격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의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가능성으로도 거론된다.

앞서 이란 측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1번' 요구 사항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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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미국 중재 평화회담 약속했지만
이스라엘 "헤즈볼라 무기 완전 해체할 것"
미-이란 협상 결렬 원인 중 하나 가능성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보안 요원 13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린 11일 레바논 시돈에서 동료들이 애도하고 있다. 시돈(레바논)=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벌어진 11일(현지시간)에도 레바논을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었다.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 개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세력을 뿌리 뽑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집요한 레바논 공격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의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가능성으로도 거론된다.

아랍권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시돈 인근 한 마을에서 최소 8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나바티에 지역에서는 구조대원 3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오후 테파흐타 지역에서도 공습으로 5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내 이스라엘 공격에 1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2,020명에 달하고, 부상자 수는 6,400명을 넘겼다.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미국·이란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이견이 다시 한번 노출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란 측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1번' 요구 사항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협상 당일에도 보란 듯이 레바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8일에도 베이루트 등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3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그 직후 이란은 "휴전이 깨졌다"며 호르무즈해협을 재봉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영상 성명을 통해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바논은) 우리가 보여준 힘 덕분에 직접적인 협상 채널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헤즈볼라의 무기를 완전히 해체하고 진정한 평화 협정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11일 베이루트 정부궁 앞에서 이스라엘 국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더욱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평화 회담을 앞둔 상황에 벌어진 공격이어서 이스라엘의 진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0일 성명을 통해 14일 워싱턴에서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평화 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의 명분으로 정부 채널과 별개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으니, 레바논과의 평화 회담 개최와는 상관이 없다는 논리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11일 베이루트 정부궁 앞에서 정부와 이스라엘의 평화 회담에 반대하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평화 회담도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레바논 정부가 사실상 허수아비 상태에 가깝고, 국민들도 정부보다는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베이루트 시내에서는 동료와 가족이 사망한 레바논 시민들이 네타냐후 총리 사진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레바논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네타냐후가 뒤늦게 협상을 수락한 건 이란과의 협상을 시작하는 미국의 호감을 얻기 위한 눈가림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레바논에서의 전쟁을 지속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레바논 관리는 "솔직히 말해 이번 회담은 무의미하다"며 "레바논을 대표해 회담에 임하는 측에 협상할 만한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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