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1800만원인데 왜 집 살까…미국 부동산의 ‘숨은 공식’[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지난주 가까운 지인이 미국에서 96만 달러(약 14억4000만원)짜리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5억5454만원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보다 약간 낮은 가격이다.
눈에 띄는 건 재산세다. 이 집에 부과될 재산세는 연 1만2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00만원이다.
정부가 말해온 것처럼 한국의 보유세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높은 보유세를 부담하면서도 미국 사람들은 왜 집을 사려 할까.
최근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을 사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월세로 살아야 한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전세 제도가 미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 집의 월세는 한 달에 3600달러 정도이다. 한화로 540만원인데, 집값 대비 연간 임대료 수준이 4.5% 정도이니 월세가 비싼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간 6480만원의 월세를 내느니 보유세 1800만원을 내고 집을 사는 편이 낫다”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집을 보유하면 재산세 외에도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가장 큰 항목은 대출이자다. 이 지인은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집값의 절반 정도인 50만5000달러만 대출받았다. 금리는 연 5.125%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4.32%)보다 높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25%포인트 높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이 사람이 매달 부담하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2750달러(약 412만5000원)다. 원금은 5.125% 금리의 저축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므로 순수하게 부담하는 비용은 이자이다. 원리금 총액은 매달 같지만 원금 비중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은 줄어든다. 첫해 기준으로 보면 매달 약 2140달러(약 321만원)의 이자를 내는 구조다.
여기에 재산세만 더하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는 HOA(Home Owner Association) 요금(fee)이 있다. 우리나라 관리비와 비슷한 개념으로 수영장 관리나 잔디 유지 등에 쓰인다.
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 보험 가입도 필요하다. 화재 등으로 담보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 비용까지 합하면 월 약 600달러가 추가된다.
정리하면 96만 달러짜리 집을 살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140달러(약 321만원), 재산세 1000달러(약 150만원), HOA와 보험료 600달러(약 90만원)를 합쳐 약 3740달러, 한화로 약 561만원이다. 월세 3600달러(약 540만원)보다 오히려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자기자본까지 투입해야 한다.
미국, 집 사면 세금 공제 효과 커
그럼에도 미국 사람들은 왜 집을 살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월세는 계속 오르지만 보유 비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재산세 구조부터 다르다. 한국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지만 미국은 최초 매입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집값이 크게 상승하더라도 세금이 동일한 비율로 늘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년 대비 상승폭이 최대 2%로 제한된다. 매년 반드시 2%씩 오르는 구조가 아니라 상한이 2%다.
이 구조 때문에 장기 보유할수록 실질적인 세 부담은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필자의 집이 더 비싸지만 재산세는 이번에 산 지인의 집보다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단순히 첫해에 적용되는 세율과 우리나라 세율을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싸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에 알려진 미국의 보유세율은 집을 산 첫해의 비율일 따름이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렇게 높은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
둘째, 세금 공제 효과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재산세는 소득공제 대상이다. 집을 보유하면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든다.
앞서 언급한 지인의 연 소득은 17만 달러다. 집을 사지 않을 경우 연방 소득세는 3만338달러, 주 소득세는 1만900달러 수준이다. 집을 구입하면 이자와 재산세가 공제되면서 과세 소득이 13만4290달러로 줄어든다. 3만5710달러 감소한다.
이를 반영하면 연방 소득세는 2만5272달러, 주 소득세는 8600달러 수준으로 낮아진다. 연간 7366달러를 절세하는 효과다. 우리 돈으로 1100만원이 넘는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14달러다. 즉 월세 3600달러(약 540만 원) 대신 실질 주거비는 3126달러(약 469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물론 집값의 절반에 가까운 목돈이 들어간 점은 별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지난 10년간 미국 주택 가격이 약 88% 상승한 점까지 감안하면 자기자본 대비 투자 수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유세 조정? 거래세도 손봐야
이런 이유로 미국의 자가 보유율은 높다. 2025년 기준 65.3%다. 세 가구 중 두 가구가 자기 집에 거주한다. 한국은 2024년 기준 56.9%다. 미국이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집을 거주의 대상으로 본다”, “한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라는 단순한 프레임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 집을 산다는 의미는 안정적인 중산층에 편입되었다는 의미이다. 매년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월세 상승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난다는 뜻도 된다. 월세 상승폭은 예상할 수 없지만 보유세는 상승폭이 연간 2%를 넘을 수 없고 주택담보원리금도 처음 계약한 금액만큼만 나가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제외한 채 초기 보유세만 비교하는 것은 균형 잡힌 접근이라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거래세까지 포함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지인이 낸 취득세는 200달러(약 30만원)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같은 가격대 주택을 구입하면 약 5040만원의 취득세가 부과된다. 단순 비교로도 100배가 넘는 격차다.
보유세만을 기준으로 세제를 평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보유세를 조정하려면 거래세 구조 역시 함께 손봐야 한다.
세금은 국가를 운영하는 주요 재원이기도 하지만 국민 각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공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미국 사람 어느 누구도 높은 보유세를 징벌로 인식하지 않는 이유는 소득공제나 낮은 보유세 인상과 낮은 취득세와 같은 합리적인 보완책이 있기 때문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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