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다시 온 석유패권시대, 韓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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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후 환경 피해, 또는 자원 고갈론 등으로 힘을 받는 듯하던 '석유종말론'이 다시 '석유패권론'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세계는 석유 자원을 향한 주도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으며, 미국·이란 전쟁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석유·가스를 직접 에너지로 쓰지 말고 열공정·화학공정 등 산업공정의 전기화, 자동차·선박 등 수송 수단의 전기화는 물론 히트펌프 등 난방의 전기화 등을 통해 전기 전지의 사용 비중을 크게 높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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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LNG 다변화 시급
전기화·원전 외엔 답 없어
新에너지 개발도 속도 내야

한때 기후 환경 피해, 또는 자원 고갈론 등으로 힘을 받는 듯하던 '석유종말론'이 다시 '석유패권론'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세계는 석유 자원을 향한 주도권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으며, 미국·이란 전쟁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원유, 가스에서 나프타, 비료, 플라스틱 제품 등 일파만파다. 전쟁이 비록 휴전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한국이 이 같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전쟁 종식에 개입할 수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푸는 중재를 할 수도 없었다.
종전 속보만 기다리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충동적 언행과 이란의 지구전 태세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결국 종전 선언이 있다 하더라도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닌' 게, 파괴된 석유·가스 시설 복구가 장기간 소요되고 중동 갈등과 분쟁의 불씨는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근원적 대처가 필요하다. 석유·가스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화약고인 중동 집중도를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 석유·가스를 직접 에너지로 쓰지 말고 열공정·화학공정 등 산업공정의 전기화, 자동차·선박 등 수송 수단의 전기화는 물론 히트펌프 등 난방의 전기화 등을 통해 전기 전지의 사용 비중을 크게 높이자는 것이다.
또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도 액화천연가스(LNG)의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데까지는 낮춰야 한다. LNG 발전 비중은 현재 27%인데, 러시아·카타르 등 생산국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가격이 요동치고 전력 수급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 돼 왔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발전도 점차 퇴진해야 하지만, 탄소 포집 등을 통해 환경성을 좀 강화해서라도 중동산 가스 수입 의존을 줄이는 데 당분간 기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도 석탄 발전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는 듯하다. LNG 발전 대폭 감축과 석탄의 궁극적 퇴진을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제대로 늘려야 한다. 늘어나는 인공지능(AI) 전력 수요를 위해서라도 원전을 전체 비중의 최소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또 이를 위해 매년 대형 2기 정도의 원전 추가 건설은 불가피해 보인다. 진도가 턱없이 느린 재생에너지도 원전 정도로 끌어올리려면 보다 과감한 사업 허가와 금융 지원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로 2030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실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그린수소,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등 신에너지의 빠른 상용화를 위한 산학연의 총력, 특히 대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
에너지 사용을 아끼는 정책도 본격화돼야 할 것이다. 자동차 5부제나 절약 캠페인들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스마트공장, 스마트건축, AI 활용 전력망 효율화, 에너지 시장 가격의 작동 등 보다 근원적인 대처에서 길을 찾자.
우리가 에너지 부문에서 일본에 비해 확실히 뒤떨어진 부분이 해외 자원 개발이다. 에너지, 자원 자급률이 한국은 10% 이내인데, 일본은 40%에 달한다. 일본처럼 자원 개발 기구를 통합, 정비하고 종합상사와 같은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심기일전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가야겠다.
우리는 국내외 자원 개발 시 정부마다 지나친 기대를 갖고 시작해 낮은 초기 징후를 과장해서 발표하고, 1차 실패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혹독하게 몰아붙여 개발 의지를 꺾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다. 이래서는 자원 자립화에 희망이 없다. 그간의 오일쇼크 등에서 겪은 바와 같이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석유, 가스 의존은 한국 경제 취약의 '구조적 상수'였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다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란 구호가 또 빈말이 될 것이다.
[조환익 한양대 교수·전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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