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다자녀 아빠와 예비신랑

이보미 2026. 4. 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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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승룡 소방청장이 전남 완도 수산물 가공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순직 소방공무원에 대한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있다. 소방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 공장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 2명이 순직했다. 이로써 올해 순직한 소방관이 3명으로 늘었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수산물 가공·제조 업체 냉동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2명이 진압 과정에서 고립돼 숨졌다. 이날 사고는 밀폐된 공간에 쌓여 있던 유증기가 폭발해 큰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선착대는 즉시 내부 진입을 통해 화재 진압과 인명 검색을 병행했다. 구조대원 4명과 화재진압대원 3명 등 총 7명이 동시에 냉동시설 내부로 진입해 화점 제거와 인명 수색을 실시하던 중 원인 미상의 급격한 연소 확대가 발생했다.

A 소방위와 B 소방사는 진화 현장에 투입된 선착대에 포함됐다. 1차로 화재를 진압하고 부상자를 구조한 대원들은 현장 판단 회의 중 공장 내부에서 다시 연기가 보이자 진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재차 내부에 들어갔다.

이후 화염이 분출하고 폭발과 함께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이때 현장 대원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3∼4차례 무전으로 하달됐으나 A 소방위와 B 소방사는 밖으로 탈출하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서 탈출한 대원의 진술에 따르면, 초기에는 내부에서 뚜렷한 화염이 보이지 않았으나 일부 불꽃을 발견해 방수로 진압하던 중 천장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화염이 발생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박○○ 소방위는 완도소방서 소속으로 2007년 임용된 19년차 베테랑 구조대원으로, 오랜 기간 구조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헌신적인 소방관이었다. 세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따뜻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였다.

함께 순직한 노○○ 소방사는 해남소방서 소속으로 2022년 임용된 젊은 대원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현장에 임해온 화재진압대원이었다. 올 10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예비신랑이었다.

소방청과 전라남도는 순직 대원들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장례는 전라남도지사장으로 엄수되며, 영결식 일정은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공무원 재해보상에 따른 유족보상 및 연금 지급은 물론, 특별승진을 통해 승진된 계급으로 예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방청은 고인의 공적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하고 국립현충원 안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유가족에 대해 자녀 장학금 지원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전국 소방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조의금 모금을 통해 생활 안정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승룡 소방청장은 현장에 투입된 대원들에 대한 심리 상담과 회복 지원 병행을 지시했다. 또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사고로 올해 순직한 소방관은 3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고양시 덕양구 소재 자동차 공업사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고양소방서 행신119안전센터 진압1팀장 성치인 소방경이 지난달 3일 순직한 바 있다.

최근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연도별로 2015∼2017년 각 2명,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2명, 2021∼2022년 각 3명, 2023∼2024년 각 2명이다. 근무유형별로는 화재진압 중 숨진 소방관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구조 6명, 생활안전·항공 각 5명, 교육훈련·자살 각 2명, 구급 1명 등이다.

김승룡 소방청장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들어간 두 대원의 숭고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가는 끝까지 그 헌신을 기억하고 책임질 것이며, 유가족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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