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소년이온다] 광주·전남 교사들 ‘소년이 온다’ 5·18 현장을 걷다 [문학기행]

김다란 기자 2026. 4.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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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사 70여 명 참여 사적지 방문
남편·아내·자녀 등 가족들과 함께
‘죽은자가 산자 구한다’ 의미 되새겨
주인공 ‘동호’ 등 열사 묘역서 눈시울
노트 필기 하거나 휴대폰 셔터도 눌러
제2회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참가자들이 광주 북구 국립5·18묘지를 참배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라남도교육청과 남도일보, 남도비즈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이 지난 11일 열렸다. 이날 하루 참가자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작품 속 공간을 걸으며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특히 이번 행사는 부부가 함께 연수에 참여하거나 자녀를 동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단순한 직무 연수를 넘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학기행으로 의미를 더했다.
지난 12일 목포백련초등학교 김은영(46)교사가 딸 서유은(6)양과 함께 전일빌딩245에서 '제2회 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교원 직무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전일빌딩245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부부 교사 조기익씨와 장미연씨.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부부 교사·자녀 가족과 함께 문학기행

이번 문학기행에는 광주·전남 지역 초중고 교사 70여 명이 참가했다. 문학기행 연수  참가자들은 전남 동부권(순천), 남부권(장흥), 서부권(목포), 북부권(장성)과 광주권에서 모여 의미를 더했다.

일정은 5·18민주광장 분수대를 시작으로 시계탑, 상무관, 전일빌딩245, 옛 상무대 법정 영창, 국립5·18민주묘지 등 5.18 역사 현장을 탐방했다. 참가자들은 당시 현장을 경험한 시민군의 증언과 소설 비평 등 전문 강의를 통해 작품 속 공간을 더욱 생생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학기행에 참여한 교사 중에는 가족이 함께 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교사 아내와 함께 광주를 찾은 영광대마중학교 조기익(50)교사는 "아내가 '소년이 온다' 소설을 감명 깊게 읽어, 이번 연수에 꼭 함께 하자고 했다"며 "전남에서 태어났지만, 타지에서 반평생의 시간을 보냈다. 광주는 5·18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아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일정 내내 6살 딸 서유은양과 함께한 목포백련초등학교 김은영(46·여)교사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5·18 사적지를 직접 와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 데리고 왔다"며 "예전에 광주에 왔을 때 옛 전남도청 등을 둘러보긴 했지만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이번 연수를 계기로 아이와 함께 '죽은 자가 산자 구한다'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교원 연수에는 역사뿐 아니라 체육, 영어 등 다양한 교과를 맡고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모두가 같았다./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영어·체육교사까지 필기하며 학구열
선생님들은 1980년 5월 현장을 경험한 전문강사들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노트 필기를 하거나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잠시 쉬는 시간엔 강사들을 찾아 질문하기도 했다. 참가 교사들은 역사뿐 아니라 체육, 영어 등 다양한 교과를 맡고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모두가 같았다.

무안 일로초등학교 강연란(58)교사는 "학생들에게 독서교육을 하고 있다. 책과 교과서로만 접했던 내용을 보고, 시민군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직접 현장에 와서 소설 속 배경이 된 곳들을 둘러보니, 앞으로 아이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목포의 한 중학교 교감선생님 유모(56)씨는 "우리 지역 학생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5·18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며 "이번 기회로 아이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 5·18과 민주주의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5·18 자유공원에서는 자유관, 군사법정, 영창 등을 둘러보며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엿보고, 군사법정에 방청석에 모여 당시 사건 재판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군사법정에서 강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상무대 법정 영창서 노란 추모 리본 매달아
5·18 자유공원에서는 자유관, 군사법정, 영창 등을 둘러보며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엿보고, 군사 법정과 방청석에 모여 당시 사건 재판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평생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갔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어 참가자들은 5·18 자유공원 자유관에서 시민군 활동에 참여했던 김상집 윤상원기념사업회 이사장과의 '시민군을 만나다' 대담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으며 아픔과 분노를 함께 공감했다.

이 대담은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또 상무대 군사 법정 인근 담장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노란 리본에 적어 달았다.

장미연 금성초등학교 선생님은 "5·18 민주화 운동에 희생되신 분들에게 민주주의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리본에 추모메시지를 썼다"며 "시간이 짧아 여유 있게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음에 또 오고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상무대 군사법정 인근 담장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추모메시지를적어 노란 리본에 달았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민주묘지서 '5월 소년들' 찾아 '눈시울'
마지막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민주열사들의 묘소에 헌화하며,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렸다. 강사로 참여한 노성태 원장은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을 이끈 박기순 열사,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오인 사격으로 어린 나이에 숨진 전재수 열사, 그리고 소년이 온다의 '동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문재학 열사의 묘비를 찾아가며 이들의 삶과 희생을 설명했다.
문학기행 참가자들이 광주 북구 국립5·18묘지에서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참가자들은 착찹한 표정으로 슬픔을 애써 삼키거나 눈물을 흘리며 열사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눈에 담은 뒤 묘비를 어루만지기도 했다.

순천 주암초등학교 이다현(24) 선생님은 "5·18 당시 열한 살 어린 나이에 계엄군 총탄을 맞아 피 흘린 전재수 열사를 생각하니 가슴이 다시 한번 미어진다"며 "유가족과 그 형제·자매들도 오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5·18 정신이 잘 계승되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5월이 되면 범교과 학습으로 민주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보고 들은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 원장은 "'과거가 현재를 살리고,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라는 작가의 말은  결국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학기행은 굉장히 의미 있는 연수였다"고 평가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