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컷오프 항고 기다리는 주호영, 향후 행보 어디로….장동혁 리더십 위기 속 ‘포스트 지방선거’ 비대위원장 등 ‘당내 역할론’ 급부상 속 선택 관심

대구시장 공천 배제(컷오프)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고장을 제출한 주호영 국회 부의장(6선·대구 수성갑)의 향후 행보에 국민의힘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심 판결 이후 주 부의장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대신에 항고를 택하면서 그의 당 잔류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포스트 지방선거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서 쏟아진 '원로 책임론'…부담스런 배신자 프레임
12일 주호영 의원 측에 따르면 주 의원의 거취는 국민의힘 비전토론회 전까지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오는 13일 국민의힘 비전토론회 전까지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대구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그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며 당내 잔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다. 6선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이라는 상징적 자산을 가진 인물이 공천 불복을 이유로 당을 떠나는 것은 보수진영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정치평론가는 "컷오프 과정의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6선 원로가 당을 버리고 나가는 순간 '배은망덕'이나 '배신자'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며 "이런 스타일의 정치는 주 부의장이 살아온 스타일과도 맞지 않다. 잔류를 요청하는 지역 정치권 등의 요구를 끝내 저버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안에서 당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장 경선에 참여 중인 유영하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주 부의장의 당내 역할을 요청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주호영 부의장님은 우리 당의 기둥이다. 지금 당이 공천 파동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원로께서 중심을 잡아주셔야 한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내에서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장동혁 체제', 검증대 오른 리더십
주 부의장을 향한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이면에는 현재 당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이기는 공천'을 내세웠으나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소송전이 벌어지고, 전국적인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면서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주 부의장 역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 체제를 정조준한 바 있다. 그는 "정당이 당헌·당규를 어기고 기본 원칙을 흔드는데, 사법부가 이를 외면해선 안 된다. 현재의 장동혁 체제는 보수 재건의 걸림돌이다.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보고 최종 거취를 결정하겠지만, 당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직격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주 부의장이 법원의 항고심 결과를 수용하며 당에 남는 대신, '포스트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쥐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당 공천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판례상 항고심에서도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법원 판단이 기각으로 나오면 주 부의장은 명분 없는 무소속 출마보다는 '당을 위해 희생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정치적 입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무소속 험로' 대신 '당 정상화 야심'... 비대위원장 등 역할론
문제는 현재 최고위원 구성상 지방선거 전에 장동혁 체제를 해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선거 를 목전에 두고 장 대표가 당의 화합보다 인위적인 인적 쇄신에만 몰두해 당력을 소모시키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난이 이어지지만, 장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인위적으로 지도부가 와해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대패가 예상되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른 지도부 교체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전망이다. 물론,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양 진영의 결집도 뒤따를 가능성도 높아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장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사퇴를 거부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어쨌든 선거 결과가 향후 당 지도부의 존립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만은 명확하다. 선거 승패에 따라 지방선거 후 정치 지형의 변화와 주도권 싸움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서 주 부의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 우선 무소속 출마를 접고 대구·경북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후보들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공천 파동의 피해자에서 '통합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구상이 거론된다.
아울러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장동혁 체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경우, 6선의 경륜을 가진 주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정상화하고 차기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 부의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개인의 명예를 건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의도의 시선은 이미 그의 '포스트 공천' 행보에 쏠려 있다. 당을 버리는 '배신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난항하는 국민의힘을 정상화할 '소방수'가 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국민의힘에는 갈등을 키우는 지도부보다 상처를 봉합할 노련한 중진의 지혜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와 보수 재건의 판도 변화를 앞둔 '주호영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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