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리스크 줄이자”…K바이오, AI 조직·플랫폼 구축 승부수
개발 비용 3조→6000억으로 급감
삼성바이오, 전 직원 AI 교육 시행
유한양행 ‘유니버스’· 한미 ‘하프’
자체 AI플랫폼으로 시장선점 경쟁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인공지능(AI)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전담 조직과 자체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발굴부터 임상 예측, 데이터 분석까지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넘어 자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했다. 전사 차원의 AI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I 전담 부서 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각 본부와 팀별 업무 특성에 맞춘 AI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하고, AI 기반 신약 후보 물질 발굴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도 내부 AI 신약 개발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해 후보 물질 설계와 스크리닝, 최적화 과정을 자동화하고 2027년 1분기에 완성형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초기 후보 물질 탐색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를 줄여 전임상 파이프라인의 질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AI 플랫폼 전담 조직 출범을 위해 준비 단계에 있다”며 “외부 인력 유입이나 내부 직원 재배치 등을 통한 인력 보강도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도 내부 AI 플랫폼 ‘하프(HARP)’를 활용해 신약 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하프를 통해 비만 치료제 ‘HM17321’을 개발하면서 기존 대비 최대 80% 수준의 속도를 단축했다고 밝혔다. HM17321은 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은 늘리는 세계 최초 혁신 신약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국내 업계 최초로 AI 전담 조직을 구성한 대웅제약은 8억 종 규모의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 ‘데이지(DAISY)’를 운영하며 후보 물질 발굴 기간 단축에 집중하고 있다. JW중외제약도 4만 5000개 이상 화합물 데이터를 갖춘 ‘제이웨이브(JWave)’를 후보 물질 탐색과 비임상 단계 지원에 활용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AI 역량 강화에 나서는 것은 신약 개발 비용의 절감 가능성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면 후보 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고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어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AI가 단순한 연구 보조 수단을 넘어 신약 개발의 투자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에서도 약물 발굴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7대 핵심 테마 중 하나로 거론된 바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연구팀에 따르면 AI를 통해 발굴된 후보 물질의 임상 1상 성공률은 80~90% 수준에 달한다. 이는 기존 산업 평균인 40~60%대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신약 개발에 AI를 도입하면 개발 비용은 3조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시간은 12년에서 7년으로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의 특성상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임상 성공 확률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수조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다.
국내 제약사들의 이 같은 AI 역량 내재화 흐름은 가파른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AI 기반 생명공학 시장의 현황 및 전망’ 브리프를 통해 글로벌 AI 바이오 시장이 2024년 이후 11년간 6.5배 성장해 2035년 3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데이터 분석 기술 도입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도 AI 내재화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AI가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준다”며 “특히 맞춤형 AI 모델은 타깃에 최적화된 초기 후보 물질 발굴 속도를 끌어올리고 수억 개의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추출하는 데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전담 조직과 자체 플랫폼 등 AI 기반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연수 기자 snak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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