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韓 반도체 … 강소기업은 태부족
삼성·SK하이닉스 제외하면
기업가치 100억~1000억弗
미국은 14개 … 한국은 1개뿐
대만, TSMC가 생태계 키우고
중국은 정부 보조금으로 육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만 10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등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투톱을 제외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매일경제가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달러 환산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기업가치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15개 기업 중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곳이었다. 이는 해당 기업 수 최다인 미국(11곳)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태계의 허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가치 1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사이 기업은 한국에는 한미반도체 단 1곳에 그쳤다. 미국이 14개, 중국이 9개, 대만이 6개, 네덜란드가 3개를 보유한 것과는 큰 격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성장해온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더 크고 설계만 하는 팹리스나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에 중간 규모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패키징, 디자인하우스 등 반도체 생태계의 또 다른 영역에서도 큰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국가적인 차원의 반도체 전략이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반도체 산업 정책을 통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키웠다. 반도체 장비 분야는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육성하는 부문이다.
나우라는 현재 중국 1위 반도체 장비업체로 세계 기준으로도 6위에 올라 있다. 2016년 세븐스타와 NMC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나우라는 지난해 킹세미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국산 제품을 사용하라는 암묵적인 압박은 물론 투자와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도 엄청나다.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빠짐없이 '반도체 대기금' 투자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펀드로 1기와 2기가 약 3400억위안 규모로 조성돼 기업들 성장을 지원했고 3기가 3440억위안 규모로 마련됐다.
창업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고 혁신을 만드는 것도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성장해온 비결이다. 정부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하면 이를 통해 자금을 회수해 다시 반도체 생태계로 재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대만은 파운드리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와 상생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고 중국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다양한 직간접적 혜택을 자국 기업에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 TSMC가 있는 대만은 TSMC 한 회사의 시총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쏠림이 심하다. 하지만 허리에 해당하는 100억~1000억달러 가치 반도체 기업의 숫자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이는 TSMC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TSMC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성장하면서 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이다.
대만에서 TSMC 다음으로 큰 반도체 기업은 팹리스 기업인 미디어텍이다. 대만 2위 파운드리인 UMC에서 1997년 분리된 미디어텍은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강자다. 저가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기업들도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반도체를 잘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유니칩이 TSMC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 대만 기업이다. 자체 제품이 없는 일종의 서비스 기업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을 지원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이덕주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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