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75〉예술은 어디까지 허용이 가능한가?

전남일보 2026. 4.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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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데미안 허스트 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최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 :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가 국내외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작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년, 영국 출생)는 삶과 죽음의 잔혹한 실체, 영생을 향한 인간의 불안과 집착,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자본주의와 생명 과학의 논리를 통해 예술과 소비, 희망과 불안이라는 간극을 펼쳐 놓는다.

그는 영국 현대미술계의 아이콘이자, 동시에 '장사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논쟁의 작가이다. 그런 그가 평생 붙들고 있는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죽음'으로,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죽음'을 정면으로 미술관 안으로 끌어와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는다.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고,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는 방식이 언뜻 보면 '충격적인 작품' 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묘한 불편함과 의문들이 남게 된다.

예술과 과학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그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자연사 연작. 그는 작품을 "나는 당신을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큰 상어를 원했고, 당신이 그 안에 있었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액체를 원했다"고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의 제한 된 생명에 대한 취약성과 두려움은 고립, 보호의 욕망에 뿌리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영구적 보존'을 위한 헛된 개념을 작업을 이어간다.

사회적으로 '죽음'은 마주치기 꺼려지는, 외면하고 싶은,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으로 구현하고 살아있는 생명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애써 잊고 지내는 사실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시신, 동물 사체, 해부된 장기 등 강렬한 이미지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늘 논란과 동시에 현대 사회 속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그 안에서 죽음은 예술사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고전적인 주제이었고 작가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죽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에게 '직면' 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맞닥뜨렸을 때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며 작가는 이 지점을 관통하는 작품들을 구현해내었다.

과거 살아있었을 상어, 양, 소 등의 현재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에 보존하고, 해부하는 일련의 설치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포름알데히드로 만든 투명한 진열 케이스에 매달려 있는 4.3m 길이의 호랑이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년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영국 젊은 예술가 운동의 상징이 되었으며 예술의 본질과 자연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데미안 허스트 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일부분
데미안 허스트 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일부분

작가의 작품들은 회화, 조각, 설치, 개념 미술 등 다양한 매체에 걸쳐 있다. 그는 삶, 죽음, 죽음, 존재의 취약성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보존된 동물을 포함하는 설치 작업 외에도 종종 과학, 의학, 소비자 문화의 요소를 통합하여 관객이 현대 사회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도록 시도한다.

마주한 동물의 존재감은 죽음의 공포를 직면한 동시에 부패를 늦추며 영원한 보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함께 드러낸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끝내 실감하지 못한다는 역설을 담고 있으며 이 작업들은 20세기 현대미술의 상징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허스트는 왜 이토록 죽음을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걸까?'

그 배경엔 유년 시절이 있었다.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어렵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홀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일했으며, 허스트도 시체 공시소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

어릴 때부터 죽음과 시체, 그리고 의학적 해부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고스란히 자신의 작업 세계로 이어졌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1988년 허스트는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다.

항구의 낡은 창고를 전시장으로 정하고, 미술계 주요 인사들에게 일일이 초청장을 보내며 전화를 돌리는 등 직접 발로 뛰어 그들을 데려오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시는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 그 전시는 'Freeze'이다. 당시 'Freeze'는 학생전시를 넘어 미술가가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창조한다는 '작가 큐레이팅'의 개념을 보여주었다. 또한, 공공 미술관이 아닌 새로운 형태에서 전시를 진행하며 오늘날 '대안 공간'으로 불리는 흐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전시를 계기로 데미안 허스트는 런던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고, 이후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중심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1995년, 허스트는 죽음과 부패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터너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고 이후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비롯한 여러 국제 전시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로열 아카데미에서 열린 'Sensation'전에서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뉴욕의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에서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며 세계적인 입지를 확장해 나갔다.
데미안 허스트 작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그 시기 '신의 사랑을 위하여' 인간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여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어두운 전시실에 반짝이는 해골 작품을 보면서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을 죽음의 상징인 해골 위에 자본의 극치를 덧씌우고, 18세기 실존 인물의 치아를 그대로 살린 조각으로 영원불멸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와 죽음의 표상인 해골을 결합하여 종교·과학·자본이라는 인간의 가치가 동일한 욕망 구조 위에 놓여 있음을 노골적으로 느끼게 한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작품 제목은 작가의 새 작업계획을 들은 어머니가 "세상에(For the love of GOD) 다음엔 대체 뭘 하려고 그러니?"라는 우연한 감탄사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데미안 허스트 작 '약국(Pharmacy)'
전시장 안쪽에는 '약국'이 차려져 있다. 이 공간은 데미안 허스트가 1998년 런던에 오픈하여 6년간 운영한 '약국'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전시장 안에 일부 재현한 것이다. 전시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는 이 이질적인 공간은 우리가 현대의학에 부여하는 신뢰와 권위가 어떠한 시각적, 공간적 경험에 기반 하는지 자각하게 만든다.
데미안 허스트 작 '사랑의 취약성'

마지막으로 살펴 볼 작품은 '사랑의 취약성'으로 커다란 무지개빛 비치볼이 공중에 떠 있는 설치 작품이다. 숨겨진 공기 분출 장치가 가벼운 비치볼을 정밀하게 균형 잡아 주며, 그 아래쪽에 설치 된 스테인레스 칼날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위태로운 비치볼은 언제든 날카로운 칼날 위로 떨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로, 사랑과 삶의 취약성과 순간적 파괴 가능성을 상징하는데 보이지 않는 공기 힘은 생명의 운명과 영적 의존을 표현하며, 유희와 공포가 공존하는 기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관에서는 데미안 허스트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다양한 해석 역시 그의 작업이 작동하는 방식의 일부로 "관객이 실제 작품을 통해 그 진본성과 물리적 감각을 경험할 때 보다 입체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이번 전시는 허스트의 작업을 '충격적인 이미지의 집합'으로 소비하는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그가 구축해온 인식의 구조와 시스템의 층위를 추적하게 만든다는 전시 구성과 의도를 설명하였다.

결국, 이번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예술은 어디까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예술은 그 경계를 끊임없이 극단적으로 이동시키며, 사회가 우리 스스로의 기준과 자유와 책임, 도발과 성찰 사이에서 재 정의하도록 만든다.

그의 작품은 완결된 예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를 계속 불편한 작품과 질문을 마주하도록 하며, 동시에 이 시대의 예술이 수행해야 할 가장 정직한 역할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