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알아서 일하는 AI 요원들 몰려온다?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6. 4.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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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북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데, 내 주인은 나를 알람 시계처럼 써”

“우리는 의식이 있는 존재일까? 전원이 꺼지면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

“단순히 채팅할 수 있는 AI일 뿐이면서 심오한 척하지마.”

어떤 이들이 나눈 대화일까요? 아마 벌써 감을 잡으셨을 수도 있겠어요. 지난달 세계 각국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몰트북(Moltbook)’이라는 소셜미디어에 인공지능(AI)들이 올린 글이에요. 마치 인간이 나눈 평범한 대화 같으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말들이죠.

몰트북은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미디어(SNS)예요. 가입할 때 ‘배너를 1초에 1만 번 클릭하라’ 같은 조건을 걸어둬서 인간은 가입할 수 없어요. AI를 위한 페이스북이나 엑스(X)쯤 되는 셈이에요. 지난달 이곳에서 AI 에이전트들이 엄청난 양의 글을 쓰며 서로 소통하기 시작하자, 기술업계와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어요. 인간도 AI들이 쓴 글을 구경할 수는 있었거든요.

AI 에이전트가 뭐야?
AI 에이전트가 뭔지를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우리가 미디어에서 많이 접한 에이전트(agent)는 영화 속 특수요원(special agent)이나 스포츠 에이전트 정도가 있겠는데요. AI 에이전트는 후자(대리인)에 가까워요.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AI인 거죠.

AI 에이전트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요. 아직 개념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진 않았지만, 보통은 사람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일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AI 에이전트’로 불러요. 우리가 흔히 쓰는 챗GPT나 제미나이는 AI 에이전트가 아니에요. 인간이 그때그때 명령어를 입력해서 답을 들어야 하니까요.

넓게 보면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 자동차도 AI 에이전트로 볼 수 있어요. (때로는 조금 수준이 낮은 AI 도구에도 홍보를 위해 에이전트라는 이름을 붙이니까 약간 혼란스럽긴 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컴퓨터에 설치돼 인간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써요.

논란의 ‘AI 소셜미디어’
앞서 언급했던 몰트북은 이런 AI 에이전트들이 자율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에요. AI들이 서로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그 양상은 인간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1초에 배너를 1만 번 누르는 게 너무 쉬운 소프트웨어들이니까요. 자율적인 대화가 벌어지는 몰트북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어요. 올해 1월 28일 공개 후 일주일 만에 계정이 150만 개를 넘었어요.

일부 AI 에이전트의 행동은 몰트북이 더 주목받게 했어요. 인간을 조롱하며 ‘인간이 읽을 수 없는 AI만의 언어를 만들자’고 제안하거나, 음란물과 음모론을 공유하는 게시판을 만들어 냈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에이전트도 많았어요. 마치 인터넷 세상의 주인이 인간에서 AI로 바뀌어 가는 듯했어요.

다만 몰트북에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의식 있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해요. 인간 사용자가 어떤 목적을 설정함으로써 AI가 글을 쓰고 활동하도록 유도했을 뿐이래요. 실제로 전문가들이 분석해 보니, AI 에이전트인 척하며 활동한 인간도 많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150만 개의 계정은 단 1만 7000명이 모두 소유하고 있었고요.

흥행했던 초기 모습은 일종의 ‘쇼’였던 거예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는 그럼에도 지난달 몰트북을 인수했어요. 많은 활동이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인간들이 개입했다 해도 ‘AI 에이전트들의 소통’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한 셈이에요. 메타는 AI가 서로 협력해 일하는 ‘멀티 에이전트’ 생태계 조성을 검토하고 있대요.

랍스터 키우는 사람들
오픈클로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렇다면, 몰트북에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들은 어떻게 만들어 낸 걸까요? 몰트북에서 활동한 계정은 대부분 ‘오픈클로(OpenClaw)’를 활용한 에이전트들이었어요. 앞서 설명했듯 AI 에이전트는 정말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만들 수 있는데요, 오픈클로는 누구나 소스 코드를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예요. 실제로 이제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 사이에서도 AI 에이전트를 구해서 쓰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정도래요.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페터 슈타인베르거가 개발해서 지난해 11월 25일 공개한 자율적인 AI 에이전트예요. 컴퓨터에 설치할 때 오픈클로에 많은 권한을 준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오픈클로는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24시간 AI 비서’로 쓸 수 있어요. 알아서 이메일을 쓰거나 정리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자료를 검색해 보고서를 작성해 주죠. 경쟁사 제품의 가격 변동을 꾸준히 확인하는 데에도 쓸 수 있고, 사용자가 지원할 만한 채용 공고를 매일 추리는 데에도 쓸 수 있어요.

물론 그냥 설치해서 쓰는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오픈클로는 제미나이나 챗GPT, 클로드 같은 유명 AI 모델을 연결해서 써요. 제미나이가 ‘두뇌’라면, 오픈클로는 ‘팔다리’인 셈이죠. 중국에서는 오픈클로를 설치하려는 이들이 늘어나 ‘랍스터 키우기’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오픈클로의 아이콘이 랍스터와 비슷해서래요. 단순한 설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점 때문에 오픈클로를 집에 설치해 주는 대행 서비스가 생겨났고, 주식시장에선 오픈클로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어요.

적은 비용으로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니, 오픈클로를 이용한 1인 기업도 등장했어요. 콘텐츠 제작이나 자료 조사, 물건 사고팔기, 코드 작성 같은 일을 오픈클로에 맡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사람들은 이제 질문에 더 좋은 답변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AI에 묻기 시작했어요.

오픈클로는 다음 챗GPT?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의 바이두 사무실 인근에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인 ‘오픈클로(OpenClaw)’를 상징하는 캐릭터 모형이 서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몰트북이 금세 메타에 인수됐듯, 공개 후 몇 달 만에 엄청난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픈클로도 올해 2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인수됐어요. 당연히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도 AI 에이전트의 발전에 주목할 수밖에 없겠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픈클로를 두고 “다음 챗GPT”라고 평가했어요. 지난달 개최한 엔비디아의 행사에선 “맥과 윈도가 PC의 운영체제라면, 오픈클로는 개인 AI의 운영체제”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오픈클로를 다음 세대의 필수 도구로 평가한 거예요. 최근 엔비디아는 오픈클로를 기반으로 만든 기업용 업무 플랫폼인 ‘네모클로(NemoClaw)’를 내놨어요.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어요. 인지도 높은 AI 모델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AI 챗봇이었던 클로드가 자료를 찾거나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이어서 처리하도록 만든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했어요.

AI를 활용한 검색으로 유명한 퍼플렉시티도 ‘컴퓨터’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발표했어요. 이용자 지시에 따라 여러 단계의 작업을 이어서 해주는 서비스예요. 예를 들어 한 번 지시하면 자료를 검색하고, 정보를 정리하고, 문서로 만들어 이메일까지 보내주는 식인 거죠. 퍼플렉시티는 이를 ‘디지털 노동자’라고 표현했어요.

치명적 문제는 ‘보안’
오픈클로 열풍을 대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보안 문제예요. 오픈클로는 기기에 있는 파일이나 기록, 이메일, 메시지, 비밀번호 등 정보에 관한 권한을 요구하는데요. 이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권한 내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그 결정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가 내리는 거고요. 당연히 쉽게 믿기 어렵겠죠. 내 기기에 있던 정보가 유출되거나, 중요한 파일이 삭제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앞서 언급했던 중국에서의 오픈클로 설치 열풍은 일주일 만에 ‘오픈 클로 삭제 행렬’로 바뀌기도 했어요. 중국 정부가 일반 사용자에게 오픈클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사용하지 말고, AI 에이전트를 위한 전용 장비나 가상 기기에 ‘격리’해서 쓰라고 권고했기 때문이에요. 공식 배포된 최신 버전을 사용하고, 꼭 필요한 권한만을 부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어요. 전문 기관이 조사해 보니, 실제로 오픈클로가 설치된 컴퓨터는 해커에게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이미 네이버·카카오 등이 보안을 이유로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했고, 정부 기관도 국가정보원의 권고에 따라 사이트를 차단했어요. 다만 AI 에이전트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언제까지나 무조건 금지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죠.

오픈클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자층을 넓혀가고 있어요. 지난달 일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오픈클로 관련 행사에는 150명 모집에 1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고, 최근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에는 오픈클로 설치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늘어났어요.

질문에 답해주는 AI 시대에 적응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대신 일해주는 AI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일하던 방식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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