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잘 쉬고 왔다"…요즘 직장인들 몰리는 '이색 휴가' [트래블톡]
한국 호텔이 올라탄 방법

"여행을 간 건지 관광이라는 '일'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이른바 '2박3일 30분 단위 일정'에 지쳐버린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올 봄 강원도 산속 리조트를 찾았다. 빼곡한 관광지 체크리스트 대신 숲길 달리기, 스파, 요가 명상 등으로 일정을 채웠다. 돌아와서 그는 "진짜 잘 쉬고 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실제로 회복시키는 '웰니스 여행'이 국내 여행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6조8000억달러 시장…디지털 피로가 불붙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행 시장에서 웰니스가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상 연결된 디지털 피로가 일상화됐고,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개인 회복을 중심에 두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하면서 여행의 목적 자체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는 2024년 전 세계 웰니스 시장 규모가 6조8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9년에는 약 9조8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 역시 2022년 기준 세계 9위권으로 평가받으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유행했던 등산, 스파 여행 역시 같은 맥락이었는데 더욱 세분화됐고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웰니스가 일부 마니아층의 취향이 아닌 산업 구조를 바꾸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런트립'의 등장...호텔이 가장 먼저 달라졌다

웰니스 여행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은 호텔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호텔 내 피트니스 시설이 부대시설의 꽃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호텔 주변을 달리고 움직이는 경험 자체가 호텔 이용의 핵심이 됐다. 여행지에서 숙소를 선택할 때 달리기 좋은 코스를 미리 확인하고 예약에 나설 정도다.
이러한 흐름은 '런트립'(Run+Trip)으로 확대됐다. 미식 경험을 위해 특정 레스토랑을 목적지로 삼는 미슐랭 여행처럼 달릴 수 있는 코스가 있는 곳이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되는 방식이다. 코스가 좋은 숙소, 러닝 커뮤니티가 있는 호텔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호텔업계는 이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웨스틴 조선 부산은 해운대 광장·동백공원·누리마루 APEC을 잇는 4km 러닝 코스를 담은 '웨스틴 맵'을 패키지에 포함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는 뉴발란스와 협업해 러닝화와 티셔츠를 대여해주는 '런 투게더' 패키지를 출시했다. '운동복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이 공통적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기능성 트레이닝을 기반으로 호텔 공간에 맞게 재해석한 액티브 웰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팀 단위로 진행되는 구조를 통해 개인의 기록을 넘어 함께 에너지를 교환하는 ‘커뮤니티 기반 웰니스’ 경험이 중심이 된다.
함께 달리는 '사회적 경험', 온천욕·다도 '느린 회복'까지

웰니스 여행은 사회적 경험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웨스틴 조선 부산의 '선데이 웰니스 클럽'은 러닝 전문가와 함께 4km를 달린 뒤 야외 가든에서 DJ 라이브와 와인으로 쿨다운하는 프로그램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이 선보인 '런 드롭 투 파라다이스'는 5km 러닝 후 스파 시설에서 디제잉 파티로 이어지는 구성. 음주 중심의 기존 파티 문화를 운동과 교류의 건강한 여가로 전환하는 시도로, 반응이 좋다.
스파 자체를 목적으로 떠나는 스파트립도 웰니스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충남 아산의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올해 1~2월 입장객이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100% 온천수로 운영하는 이 시설은 지난달 시설 개보수를 마치고 재개장하며 온천수를 활용한 수중운동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씨메르, 더스파 앳 파라다이스와 함께 세 곳 모두 한국관광공사 '2026년 우수웰니스관광지 88선'에 재지정됐다. 회복과 재충전을 위한 목적지로서의 기능이 공식 인증을 받은 셈이다.
느리고 깊은 회복을 추구하는 흐름도 여행 상품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임신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베이비문(Babymoon)' 수요를 포착해 태교 패키지를 출시했다. 스위트호텔 남원은 다도 명인의 안내로 차를 우리는 '티 & 슬로우 스테이' 패키지를 내놨다. 관광지 몇 군데를 더 도는 것보다 한곳에서 깊이 머무는 여행을 선택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도시에서 꼭 방문해야 할 관광지를 찾는 대신 그곳에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나로 시작한 여행객의 질문이 호텔 업계가 관련 패키지를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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