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유가·환율’에 에너지공기업들 재무 ‘비상’

정라진 기자 2026. 4. 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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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여파에 중동 변수까지 겹쳐
호르무즈 봉쇄, 두바이유 66달러 상승
한전 부채만 206조, 가스공사 미수금 14조
환율 뛸 때마다 수백억원대 손실 전망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전 제공.

총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한국가스공사가 중동발 고유가·고환율이라는 ‘재난적 상황’을 맞이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단기간에 90% 넘게 폭등하면서, 이미 체력이 고갈된 에너지 공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의 재무 기초체력은 매우 약한 상태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완충 지대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관련 업계와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5조6045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연간 이자 비용으로만 4조30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하루로 따지면 약 119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은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에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에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나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 감소하며, 환율은 10원 상승할 때마다 3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흔히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유종’의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된다.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도입 원유의 70% 이상을 ‘두바이유’에 의존한다. 이에 현재 중동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유국이 밀집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하자,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두바이유는 WTI나 브렌트유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등했다.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1.8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전쟁 중 137.82(3월19일 종가)달러까지 치솟으며 66달러(91.9%)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브렌트유 상승 폭(36.9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내 전력 생산 원가의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은 유가 연동 구조로 중동산 원유 가격을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만큼, 중동발 리스크는 곧 전력 생산비 증가로 연결된다. 단순 환산 시 두바이유 상승폭(66달러)으로 한전에는 최대 30조원 이상의 이익 감소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정된 전기요금 체계 아래서 ‘유가·환율 급등→전력 도매가격(SMP) 상승→영업적자 심화’라는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에너지 쇼크의 재연이다. 다만 당시보다 부채 규모가 60조원 이상 불어난 현재, 또 다시 반복되는 역마진 구조는 한전의 재무적 생존을 위협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사진=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민수용 미수금은 14조1348억원으로, 총 자본 10조7989억원을 이미 추월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도입 원가보다 판매가가 낮을 때 발생하는 영업 손실이지만, 현행 회계상으로는 나중에 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간주해 ‘자산’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받지 못한 외상값이 자본금을 넘어선 상태여서, 미수금을 손실로 인식한다면 가스공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가스공사의 경우 환율 1원 상승당 환손실 25억원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가스공사가 공시한 ‘3월 잠정 판매실적’에 따르면 발전용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5.6% 급증했다. 유가 상승기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전용 가스를 대량 공급할 경우 미수금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 자원개발 수익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에 따른 외화부채 환차손이 이를 상쇄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 고강도 자구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조 단위의 외부 변수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문경원 에널리스트는 “미-이란 전쟁 등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존 실적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전기 요금 인상 명분은 커지겠지만 인상 시기는 빨라야 올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정라진 기자 realjin0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