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핫라인’ 환상에 가려진 지방자치 이제는 ‘사람’을 읽을 시간

강물에 부서지는 윤슬처럼 새봄의 서광(曙光)이 도처에 일렁인다. 창밖으로 흐드러진 개나리와 벚꽃이 봄바람에 몸을 맡긴 채 넘실대며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며 대지에 빛을 뿌리고 있지만,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시계는 여전히 진영 논리의 자욱한 먼지 속에 갇혀 시야가 흐릿하다.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민선 7기와 8기 지방선거 당시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점퍼'만 입고 나오면 당선 가시권에 접어들만큼 횡행했던 기현상을 말이다.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지역에 대한 고뇌보다는 중앙 정치의 바람에 휩쓸린 투표의 결과는 어떠했나. 지역 발전을 위한 치열한 고민보다는 권력의 거수기 노릇을 하거나, 자격 미달의 인사들이 지방 자치의 곳간을 맡아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제 그런 '묻지마 투표'의 계절은 끝나야 한다. 이제 여야 당을 떠나 어떤 후보자가 지역 발전을 이끌 실질적인 역량이 있는가를 최우선에 두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정치를 타협과 조율을 통한 갈등 해소보다 공격적인 행동과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다툼의 장을 만드는 인물들은 이번만큼은 꼭 퇴출시켜야 한다.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의 언어를 배설하며 지지층의 분노를 동력 삼아 정쟁을 일삼는 이들에게 지방자치의 소중한 권한을 내어줄 수는 없다. 파란색과 빨간색, 그 선명한 이분법적 색깔론에 매몰되는 투표 또한 여기서 멈춰야 한다. 당의 색깔이 후보의 도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거대 양당의 간판이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내야 할 인물은 품격 있는 말과 '인격이 빵빵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인격이란 단순히 성격이 좋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포용력, 그리고 자신의 공약에 책임을 지는 당당함을 모두 포함한다. 말이 거칠면 생각이 거칠어지고, 생각이 거친 이에게 지역 주민의 삶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면이 꽉 찬 후보는 결코 자극적인 구호나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표를 구걸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발로 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녹여내 유권자의 현명한 동의를 구한다. 넘실대는 봄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과연 당을 보고 투표할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투표할 것인가.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유권자의 매서운 눈초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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