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끈 반도체 경기…한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

김상범·김경민 기자 2026. 4. 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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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HBM4, HMB4E 메모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 투자 수요에 힘입은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 국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확장세가 쭉 이어질지 여부는 “매우 유동적”이라며 AI 투자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언제쯤 돈을 벌 수 있을지, 그때까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등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반도체 공급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반도체 사이클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전적으로 AI 투자에 기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AI 가속기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등의 수요가 덩달아 늘었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5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으며 SK하이닉스도 4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큰 반면 공급은 ‘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다. HBM은 공정 난이도가 높아 제품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이 최근 시설 확충에 서두르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보고서는 “이번 확장세는 공급 제약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과거에 비해 크고 길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반도체 호황 국면이 이어질지다. 보고서를 이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AI 투자의 수익성’을 꼽았다. AI 인프라에 투자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반도체 수요의 지속성도 판가름 날 수 있다.

보고서는 “시장의 관심이 실제 수익화 가능성으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로는 AI 인프라 투자를 작년과 올해와 같은 속도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기업들이 지금은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화가 기대보다 더딜 경우 반도체 수요는 둔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제공

빅테크들이 언제까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보고서는 “최근 AI 인프라 투자규모가 확대되면서 빅테크 내부 재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라며 “현금이 소진됨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빅테크들은 자사주 매입을 축소하고 회사채 발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훨씬 더 적은 메모리를 쓰고도 같은 성능의 연산력을 내는 기술이 개발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글의 ‘터보 퀀트’ 기술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메모리 절감 기술로 인해 이미 투자된 메모리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증설 속도,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급 확대 및 기술추격 등도 반도체 사이클의 확장세를 결정지을 변수들이라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이란 전쟁이 반도체 경기에 미칠 영향을 두고 “현 단계에서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전쟁 상황과 금융경제 파장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AI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빅테크의 자금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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