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탓에 부자 2400명 한국 떠나" 조선닷컴·뉴시스, '주의' 제재

박서연 기자 2026. 4.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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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자료 인용 논란…李대통령 "공식단체 이런 짓을" 임원 2명 해임
신문윤리위 "대한상의, 인용자제 요청에도 기사 수정 안 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 사진=gettyimagesbank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나는 부유층이 지난해 2400명으로 급증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대한상의)의 잘못된 연구자료를 보도한 언론사들에게 '주의' 제재가 내려졌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회의에서 <상속세 부담에 부유층 탈한국> 등의 기사를 보도한 조선닷컴, 뉴시스, 스카이데일리, 충청일보, 대구신문 등 5개 신문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3일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를 인용해 한국 부유층이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를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지 않고 검증에 나선 언론들의 기사를 살핀 결과, 헨리앤파트너스 조사의 원문에는 '상속세 때문'이라는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졌다. 자료 배포 후 해당 통계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대한상의는 같은 날 자정쯤 언론사들에게 통계 인용 보도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등은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조선닷컴, 뉴시스, 스카이데일리, 충청일보, 대구신문 등 5개 신문은 수정 절차(지난달 3월11일 기준)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신문윤리위는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해당 보도들이 '보도준칙' '보도자료 검증' 조항을 위반했다고 했다. 조항을 보면, 취재원이 제공하는 구두발표와 보도자료는 사실 검증을 거쳐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편집지침' '기사 정정' 조항도 위반했다고 봤다. 조항을 보면, 보도기사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정정 요구를 받았을 때는 확인을 거쳐 그 내용을 신속하고 뚜렷하게 게재해야 한다.

신문윤리위에 따르면, 5개 언론사는 상속세 납부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자료를 보도하면서 “연간 한국 고액 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급증했다”라는 부분을 인용해 부유충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신문윤리위는 “해당 통계자료는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조사기관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자료에서 나온 것으로 대한상의가 당일 자정께 '통계 부분 인용 자제'를 공식으로 요청했음에도 기사를 수정하지 않고 계속 공개했다”라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어 “대한상의라는 공신력 있는 곳에서 나온 자료라고는 하나 자료의 검증에 소홀했으며 '인용 자제'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치한 셈이 됐다. 이미 발행된 지면의 수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온라인판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신뢰를 훼손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3일 대한상의의 잘못된 보도자료가 배포된 뒤, 비즈한국·오마이뉴스·프레시안은 관련해 팩트체크 기사를 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6일 팩트체크 기사를 내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통계 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헨리앤파트너스의 공신력 없는 통계를 인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해당 통계자료는 '상속세'를 원인으로 규정하지 않았는데 대한상공회의소는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관 분석을 담았다.

▲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은 2월7일 트위터를 통해 프레시안 기사를 언급하며 “사익도모와 정부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더구나 법률에 의한 공식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결국 지난 2월7일 대한상의는 <보도자료 관련 사과문> 제목의 공지를 내고 “본 회의소에서 4일 자 조건을 통해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 바 동 보도자료 내용 중 고액자산가 유출 관련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우선 자료 작성 시 사실관계 및 통계의 정확성 등에 대해 충실히 검증하도록 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9일에도 <대한상의, 조사연구 역량강화 및 내부검증시스템 즉시 시행> 자료를 내고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지난주 상속세 정책대안을 건의하는 보도자료(2월4일자)를 배포하면서 외부기관에서 발표한 통계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여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즉시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결국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이 사건을 두고 감사 절차에 착수했다. 대한상의는 보도자료 사건 등을 이유로 지난달 20일 책임이 있는 전무이사와 본부장을 해임했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사들이 설립한 언론 자율규제 기구로 신문윤리강령을 바탕으로 심의한다.

스카이데일리는 15일 미디어오늘에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 부터 관련 공문을 3월20일 이후 수신받았다”며 “해당기사를 3월25일 삭제 처리후 3월27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이행 공문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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