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격돌’·압구정 ‘유찰’…서울 재건축 ‘선별 수주’ 시대
압구정5구역만 경쟁, 3구역·목동6단지는 유찰…선별 수주 뚜렷
공사비 50조 ‘슈퍼 사이클’ 진입 속 5월 말 시공사 선정 ‘분수령’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인 반포·압구정·목동 일대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일제히 마감되며 대형 건설사 간 '수주 대전'이 본격화됐다. 특히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서울 재건축 시장이 다시 한 번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주전의 핵심은 '브랜드 타운' 구축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반포 일대에서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헤리븐 반포(신반포4차 재건축)' 등 다수 시공 실적을 확보한 상태로, 신반포 19·25차까지 수주할 경우 일대를 하나의 '래미안 타운'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개별 단지의 상품성 경쟁을 넘어 동일 브랜드가 집적된 대규모 주거벨트를 형성함으로써 자산가치와 브랜드 프리미엄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설계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건축설계 그룹 SMDP와 협업해 한강변 입지의 장점을 극대화한 대안 설계를 제안했다. 단지 외관은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세대 내부 역시 채광과 개방감을 높인 특화 평면을 적용해 하이엔드 주거상품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래미안 단지들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 도시경관과 스카이라인 형성을 통해 '브랜드 도시'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포스코이앤씨는 단순 시공을 넘어 '브랜드 확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지명으로 제안한 '더 반포 오티에르(THE BANPO HAUTERRE)'는 기존 신반포 21차(오티에르 반포), 18차(오티에르 신반포)와의 연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반포 일대를 하나의 하이엔드 주거권으로 묶는 '오티에르 벨트' 구축이 핵심 구상이다. 개별 단지 수주를 넘어 권역 단위 브랜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향후 추가 정비사업 수주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한 압구정과 목동 일대에서는 경쟁과 유찰이 동시에 나타나며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공사비 약 1조4960억원 규모의 압구정 5구역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나란히 응찰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압구정 재건축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사업지로, 입지 상징성과 향후 권역 장악력을 고려할 때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수주에 이어 3구역 단독 입찰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5구역까지 확보할 경우 '압구정 현대 브랜드 타운' 완성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다. 반면 DL이앤씨는 '아크로(ACRO)' 브랜드 희소성과 글로벌 설계 협업을 통한 초고층 설계 경쟁력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입찰 서류 검토 과정에서 불법 촬영 논란이 불거지며 향후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목동 6단지 역시 DL이앤씨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이 사업은 최고 49층, 2000가구 이상 규모로 재건축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목동 재건축의 첫 시공사 선정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공사비 부담과 사업성 검토, 그리고 압구정·반포 등 핵심 사업지와 일정이 겹치면서 경쟁 입찰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서울 핵심 입지에서도 경쟁과 유찰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전략 변화가 자리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대규모 입찰보증금 등으로 수주 경쟁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수익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에만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정비사업이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압구정, 목동, 성수 등 주요 사업지를 합치면 공사비 규모만 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같은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 대신 '될 만한 곳에 집중하는 선별 수주'가 시장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치 일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비사업 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등 주요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대부분 5월 말로 예정돼 있어 단기간 내 결과가 가려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5월 말 시공사 선정 결과가 향후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주도권과 브랜드 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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