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사도 같은 가격"…가격 흥정 없앤 벤츠, 수입차 시장 판도 흔들까
본사 통합 관리로 가격 편차 해소…재고·계약까지 일원화
딜러는 상담·인도 중심으로 재편…수수료 기반 구조 전환
"판도 변화보단 점진적 영향"…직판 확산 여부는 미지수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가격과 재고, 계약 전반을 본사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는 새 판매 방식을 도입하며 국내 수입차 판매 구조 변화에 나선다. 딜러사별 가격 편차를 줄이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으로 차량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반복돼 온 가격 흥정과 재고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오는 13일부터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RoF)'를 공식 시행한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과 재고, 계약·결제 과정은 본사가 일원화해 관리하고, 공식 딜러사는 제품 상담과 시승, 차량 인도 등 고객 접점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뀐다.
◆ '전국 단일 가격' 직판 도입…가격·재고 '본사 통합'
이번 변화의 핵심은 가격 투명성과 재고 통합이다. 기존에는 딜러사별 보유 물량과 판매 조건이 달라 소비자가 여러 전시장을 돌며 견적을 비교하고 할인 조건을 따져봐야 했다. 하지만 새 체계가 도입되면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조건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가격 정책도 바뀐다. 벤츠코리아는 단순 정찰가가 아니라 고객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이후 출고 시점에 프로모션이 더 좋아지면 개선된 조건을 적용하고, 반대로 조건이 나빠져도 기존 계약 당시 혜택은 유지하는 구조다.
이상국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출고 시점에 프로모션이 더 좋아지면 그 조건이 적용되고, 반대로 조건이 나빠지더라도 계약 당시 혜택은 유지된다"며 "결과적으로 고객은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고 운영 방식도 바뀐다. 벤츠코리아는 전국 재고를 통합 관리하고, 고객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현재 재고뿐 아니라 생산 완료 후 해상 운송 중인 차량 등 향후 입고 예정 물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딜러 역할 변화…"판매보다 고객 경험 중심"
판매 구조가 바뀌면서 딜러 역할도 조정된다. 지금까지는 수입사로부터 차량을 넘겨받은 딜러사가 재고를 보유하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본사가 차량을 보유하고 딜러는 판매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딜러는 가격 협상보다 제품 설명과 시승, 차량 인도, 사후 응대 등 고객 경험 관리에 무게를 두게 된다.

이 부사장은 딜러사 수익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신차 판매만 새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고 AS 비즈니스와 중고차는 계속 딜러 체계로 운영된다"며 "딜러사의 재고 부담이 줄고 기존 마진 중심 구조가 수수료 체계로 바뀌면서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최종 고객 응대와 차량 인도 과정에는 딜러와 세일즈 컨설턴트가 계속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구매 절차 전반에는 디지털 시스템도 도입된다. 전시장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가 CRM에 저장되고, 계약 단계에서는 서명과 계약금 납부, 신분증 등 본인 확인 서류 업로드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차량 준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들어간다. 생산·선적·입항·전시장 배송 등 차량 이동 단계와 계약 진행 상황을 시스템에서 추적할 수 있고, 영업사원은 물론 고객에게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주요 진행 상황이 전달된다. 벤츠코리아는 이를 통해 재고와 출고 일정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차량을 인도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 수입차 시장 파장 어디까지…업계는 '신중론'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 중 한국 시장에 직판제를 도입하는 것은 벤츠가 처음이다. 한국은 독일, 스웨덴 등에 이어 세계에서 13번째로 벤츠의 새로운 판매 모델이 적용되는 국가가 됐다. 테슬라나 폴스타 등 신흥 전기차 브랜드가 온라인 정찰제를 시행해 왔으나 기존의 견고한 딜러망을 갖춘 전통적인 브랜드가 대대적인 전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가 단기간 내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보다는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점진적 변화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입차 점유율 상위권인 벤츠가 직접 판매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통 방식 변화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벤츠의 이번 시도가 수입차 시장의 오랜 관행인 가격 흥정 문화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벤츠 내부의 대대적인 유통 혁신 성격이 강하지만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타 브랜드들의 판매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변화의 성패는 벤츠가 가격 흥정 중심의 기존 판매 관행을 얼마나 줄이고, 이를 가격 투명성과 예측 가능한 구매 경험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내 안착 여부에 따라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가격·재고·계약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당장은 성과를 지켜보며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