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막고 갯벌 살리는 LG표 유리가루 뭐길래
LG전자, 신소재 '유리 파우더'로 아시아 B2B 영토 확장
가전 위생 잡는 '퓨로텍'부터 갯벌 살리는 '마린 글라스'까지
특허 기술력 앞세워 친환경 신소재 사업 확장

가전제품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냉장고 문틈 고무 패킹이나 세탁기 세제함에 생기는 곰팡이가 늘 고민입니다. LG전자는 이 해묵은 위생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 파우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깨지면 위험한 파편으로만 여겨졌던 유리를 항균과 친환경 기능을 갖춘 신소재로 재탄생시킨 것인데요.
이 유리 파우더 기술은 가전의 위생을 지키는 단계를 넘어 아시아 B2B 시장의 핵심 병기로, 또 바다 갯벌을 살리는 원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리가 어떻게 세균을 잡고 탄소까지 흡수하는 미래 소재가 되었는지 그 기술적 배경과 사업적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가전 속 '보디가드'에서 B2B '치트키'로

LG전자가 개발한 유리 파우더 소재 '퓨로텍(PuroTec™)'은 이름 그대로 깨끗함을 유지하는 기술입니다. 유리 가루를 플라스틱이나 고무, 페인트 등을 만들 때 아주 소량만 섞으면 미생물에 의한 악취나 곰팡이 번식을 막는 강력한 항균·항곰팡이 효과를 냅니다.
과거 오븐 내부 코팅에 처음 적용됐던 이 기술은 이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위생이 중요한 모든 가전에 쓰이는 보디가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이 기술의 안전성과 범용성을 앞세워 식품 가공 산업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LG전자는 육상 양식 기업과 손잡고 연어를 운반하고 가공하는 스마트 양식장에 퓨로텍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가공실의 바닥이나 벽면, 도구 등에 퓨로텍을 섞어 세균 번식을 억제함으로써 연어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식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식품 포장재 시장까지 넘보는 모습입니다.
가전에서 다져진 신뢰성과 FDA의 안전 인증이 입소문을 타며 건축자재, 위생용품, 의료장비 등 산업 전반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매출은 2023년부터 매년 두 배 이상 급성장 중입니다.
글로벌 제조 허브로 떠오른 인도와 베트남 등 아시아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창원 스마트파크의 생산 설비만으로는 부족해, 올해 베트남 하이퐁에 두 번째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연내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탄소는 잡고 갯벌은 살리고

유리 파우더의 활약은 집 안을 넘어 푸른 바다로 이어집니다. 최근 LG전자가 순천만 갯벌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한 '마린 글라스(Marine Glass)'가 그 주인공인데요.
바닷속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블루카본'은 육상 생태계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빨라 기후 위기의 해결사로 꼽힙니다. 마린 글라스는 물과 만나면 서서히 녹아 미네랄 이온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해조류나 염생식물의 성장을 돕는 영양분이 됩니다.
특히 LG전자는 사용 목적에 따라 미네랄이 녹는 양과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유속이 빠른 곳에서는 무거운 '구(球)' 형태로, 잔잔한 곳에서는 '칩' 형태로 제작해 맞춤형으로 뿌려주는 식이죠.
지난해 부산 낙동강 하구에 이어 올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순천만 갯벌까지, LG전자의 유리는 이제 죽어가는 갯벌을 살리고 탄소를 잡아두는 생명의 가루로 활용되는 모습입니다.

LG전자가 신소재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완제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근간이 되는 소재 기술이 강력한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G전자는 2013년 오븐 제품에 이 기술을 처음 적용한 이후 지금까지 420건의 유리 파우더 관련 특허를 쌓아왔습니다. 여기에 LG전자는 유리 가루 기술을 응용해 계면활성제 없이도 세탁이 가능한 '미네랄 워시' 등 포트폴리오를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가전을 더 위생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LG전자의 소재 연구가 글로벌 B2B 시장과 지구 환경을 지키는 든든한 기술 자산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시죠.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양·다원시스 등 코스피·코스닥 54곳 상장폐지 기로
- "직원 800명 사라졌어요"…건설사 감원 괴담, 올해는?
- 한화에어로, 풍산 탄약 '겨냥'…현금 4.2조 넉넉
- [바이오 스톡옵션]①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가 만든 연봉 역전
- 진양곤 HLB 의장 공격적 M&A…실적·지배구조 '숙제'
- 이젠 '스니커즈' 시대…푸마도 뛰어들었다
- 베일 벗은 삼천당제약 핵심 기술…대만 바이오텍이 개발
- GPT·클로드 넘본다…LG '이미지까지 이해하는 AI' 공개
- 삼성, 12조 상속세 완납…이재용 '뉴 삼성' 가속
- 한화솔루션, 답해야 할 증자 궁금점 셋…'호텔 지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