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물려 있었는데”…바닥 딛고 일어서는 스판덱스 황제株 효성티앤씨 [K주식, 이걸 사? 말아?]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2026. 4.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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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티앤씨 스판덱스 제품 사진[사진 출처=효성티앤씨 홈페이지 갈무리]
한때 주식시장의 전설로 불렸던 곳이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 7만원대였던 주가가 단 1년 반 만에 96만원까지 치솟으며 무려 13배가 넘는 ‘탠배거’ 수익률을 기록했던 곳, 바로 효성티앤씨입니다. 당시 미국에 테슬라가 있다면 국장에는 효성티앤씨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환호성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2021년 고점을 찍은 뒤 주가는 4년 내리 하락했고,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애물단지 같았던 효성티앤씨가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바닥권에서 꿈쩍 않던 주가가 올 들어서만 벌써 2배 가까이 급등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는데요. 수년째 이 종목에 갇혀있던 투자자들에게 탈출의 기회가 온 것일까요? 오늘 효성티앤씨의 반등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판덱스가 만든 드라마…하지만 길지 않았다
효성티앤씨는 ‘섬유의 반도체’라 불리는 스판덱스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기업입니다. 스판덱스는 고무보다 3배나 강한 탄성을 가진 합성 섬유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전 세계적으로 홈트 열풍이 불었고, 집에서 입는 레깅스와 요가복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룰루레몬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를 찾으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덕분에 효성티앤씨는 미친 실적을 냈습니다. 평소 분기당 400억원 하던 영업이익이 2021년에는 무려 4000억원을 넘겼고, 연간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를 찍었습니다. 제조업에서 보기 힘든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거죠. 이때 국민연금도 효성티앤씨의 성장성에 배팅하며 지분율을 13%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효성티앤씨 주가 추이(월봉)[사진 출처=네이버증권 홈페이지]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입니다. 2021년 중반부터는 악재가 쏟아졌습니다. 효성티앤씨가 돈을 긁어모으는 걸 본 중국 업체들이 미친 듯이 공장을 증설하기 시작한 겁니다. 치킨 게임의 시작이었는데요. 미칠듯한 경쟁과 스판덱스의 과잉 공급으로 효성티앤씨의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1조4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1200억원대로 10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암흑기의 시작점에서 효성티앤씨가 주당 5000원에서 10배 늘린 5만원이라는 역대급 ‘폭탄 배당’을 했다는 점입니다. 시가배당률이 9%가 넘었죠.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실적이 꺾이는 게 눈에 보이는데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하니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게 마지막 파티인가?’라며 의구심을 가졌고, 지주사의 자금 확보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습니다.

다시 찾아온 기회…중국 경쟁사의 파산과 스판덱스 가격 반등
그런데 최근 효성티앤씨가 달라졌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중국의 물량 공세에 드디어 균열이 생긴 것입니다. 무리한 설비 증설과 유동성 리스크로 세계 3위권의 대형 스판덱스 업체였던 중국의 ‘화하이(Huahai)’가 2025년 말 파산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화하이뿐만 아니라 한계에 다다른 중국의 중소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시장의 스판덱스 공급 과잉은 빠르게 해소됐습니다. 덕분에 스판덱스 가격은 올 초 톤당 2만3000위안대에서 최근 2만7500위안대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스판덱스 가격 추이[사진 출처=Sunsirs 홈페이지 갈무리]
일찍이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효성티앤씨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반사수혜를 봤습니다. 스판덱스 원료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품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부담은 적고 이익은 극대화되는 구간에 진입한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2024년 말 효성화학으로부터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했는데 당시엔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지금은 신의 한수가 된 것입니다. 인수 당시 9000억원이 넘는 대금이 부담이라며 주가가 빠졌는데, 2025년 1분기부터 가스 사업부에서만 분기당 300억~400억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찍히기 시작했습니다. 연간으로 치면 약 14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새로 생긴 겁니다. 특히 최근 AI 반도체 붐이 일면서 특수가스 수요가 폭증하자 섬유 회사였던 효성티앤씨가 반도체 소재주라는 새로운 명함을 달게 됐습니다. 처음엔 애물단지였으나 이제 반도체 특수가스가 실적 하단을 받쳐주는 아주 단단한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죠.
큰손들의 귀환…“화학업종 내 탑픽”
효성티앤씨의 반등에 기관 투자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죠. 우선 국민연금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한때 지분을 줄이며 발을 빼는 듯했던 국민연금은 올들어 효성티앤씨를 다시 쓸어 담으며 지분율을 10% 가까이 늘렸습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4%대의 시가배당률을 지급했기 때문에 국민연금 입장에선 안정적인 고배당 투자처인 셈입니다. 또한 실적도 개선되고 있으니 주가 상승에 따른 이득도 볼 수 있겠죠.
국민연금 본사 전경. [연합뉴스]
여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자자로 불리는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가세했습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23년 말 처음으로 지분 5% 이상 보유 공시를 낸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주요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단순히 효성티앤씨의 고배당만 노리는 게 아니라 효성티앤씨가 전 세계 스판덱스 1위 지배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섬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티앤씨를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시선도 밝습니다. 최근 나온 리포트들을 보면 NH투자증권은 효성티앤씨에 대한 목표주가 51만원을 유지하며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고 신한투자증권은 화학 업종 내 압도적인 탑픽(최선호주)으로 꼽았습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한적인 원가 부담, 생산설비 다변화, 글로벌 1위 경쟁력,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 등을 감안할 경우 주가 재평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효성티앤씨는 참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죠. 공급 과잉은 경쟁사의 파산으로 정리됐고, 반도체 가스라는 강력한 엔진까지 장착했습니다. 스판덱스 업황 턴어라운드(개선) 흐름을 타고 효성티앤씨가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도 한번 주목해보시죠.

고환율, 정치적 혼란 등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고 미국 증시로의 투자 이민자들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K증시 한편에서 묵묵히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종목들도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희망과 꿈이 될 수 있도록 차세대 주도주를 발굴하고 좋은 우량주를 꼼꼼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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