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물·방사능·우주서도 안죽는다…‘최강생물’ 국내연구자 단 한명이라는데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4. 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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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 펄펄 끓는 물, 치명적인 방사능 앞에서도 가사 상태로 버티다 물을 만나면 보란 듯이 되살아난다.

국내에 단 한 명뿐인 물곰 전문가인 김 박사의 시작은 뜻밖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김지훈 박사는 "1mm도 안 되는 작은 생명체 안에 5억 년이라는 거대한 진화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며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고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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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곰 전문가’ 김지훈 극지硏 연구원
신종 물곰 3종 발견 등 성취 인정받아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사업 최종 선정
10년간 20억 지원 장기연구 길 열려
“우주로 나가는 인류 생존기술 단서”
김지훈 극지연구소 박사[김지훈 박사 제공]
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 펄펄 끓는 물, 치명적인 방사능 앞에서도 가사 상태로 버티다 물을 만나면 보란 듯이 되살아난다. 크기 1mm 미만의 ‘지구 최강 생명체’ 완보동물(물곰) 이야기다. 이 기이한 미소 생물에 홀려 10년간 한 우물만 파온 젊은 과학자가 앞으로 10년 더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사업에 최종 선정된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김지훈 연수연구원(41)이다. 2016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극지연구소 스쿨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물곰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만에 향후 최대 10년간 약 20억 원을 지원받는 공식 ‘한우물 연구자’가 됐다.

국내에 단 한 명뿐인 물곰 전문가인 김 박사의 시작은 뜻밖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절지동물 진화를 연구하던 지도교수가 “완보동물은 절지동물과 친척 뻘인데 알려진 것이 너무 없다”며 극지를 상징하는 동물인 물곰 연구를 권유한 것이다.

남극세종기지 인근에서 발견, 실험실에서 번식에 성공한 신종 완보동물 ‘닥틸로비오투스 오비뮤탄스(Dactylobiotus ovimutans) [극지연구소]
10년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보 연구자 시절에는 웃지 못할 시행착오도 겪었다. 남극 세종기지 주변에서 채집한 물곰을 배양할 때, 해당 속(屬)이 모두 초식성으로 알려진 탓에 이끼만 주며 키우다 애꿎은 물곰들을 연쇄 아사시킬 뻔한 것이다. 김 박사는 “생명을 돌보는 ‘집사’가 아니라, 당시 물곰들에게 저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선충을 수조에 같이 넣었다가 물곰이 사냥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 실수 덕분에 오히려 해당 물곰의 ‘육식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냈다.

이후 그는 북극 그린란드를 주 무대로 삼아 형태 관찰과 DNA 유전자 분석을 병행했다. 김 박사는 학계에 3종의 신종 물곰을 정식으로 보고했고,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감각기관도 찾아냈다. 그는 “아직 논문을 작성하지 않은 신종 물곰까지 합치면 20~30종의 물곰을 새로 발견했다”며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웃었다.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미소 생물인 물곰 연구가 대중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 김 박사는 “물곰의 방사능 저항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넣었더니 생존율이 두 배 이상 올라갔다는 일본 연구진의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남는 물곰의 진화 원리와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훗날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거나 극한의 환경을 극복해야 할 때 결정적인 생존 기술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극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김지훈 박사[극지연구소]
김 박사는 과거와 현재를 대조하며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완보동물을 포함한 중형동물은 크기가 1mm 미만으로 매우 작아 기존 방식으로는 자세한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김 박사는 새로운 정밀 해부 기술로 현생 생물의 내부를 파악하고, 이를 5억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화석 데이터와 직접 비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지훈 박사는 “1mm도 안 되는 작은 생명체 안에 5억 년이라는 거대한 진화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며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고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극지연구소 박사[김지훈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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